변선진기자
최근 엔화 가치가 이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가운데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이번 주 열릴 미국·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통화정책회의에서는 한 나라의 기준금리가 결정되는데 이번 두 이벤트를 통해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인 높은 미·일 간 금리 차가 줄어들 것이란 메시지가 강조된다면 세계 증시, 신흥국 통화, 금·비트코인 등 글로벌 자산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31일까지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 국채매입 축소 규모 계획에 대해 논의한다.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기준금리를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한 번 더 인상할 가능성을 29%로 예측했다. 또 BOJ는 매월 6조엔 규모의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어느 정도 줄여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효과를 노릴 예정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오는 30~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8회 연속 금리 동결이 유력하지만, Fed가 9월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달러 대비 엔화값은 지난 11일 161.79엔으로 고점을 찍은 후 25일 한때 151.94엔까지 내려가며 엔화 강세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당국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에 더해 일본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나온 영향이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일본의 큰손들이 해외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이들은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시장에 레버리지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수익을 내왔다.
ING의 크리스 터너 전략가는 최근 메모에서 "엔화 쇼트 포지션 축소는 의심할 여지 없이 글로벌 리스크오프(위험회피)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강세는 주요국 증시·채권, 신흥국 통화, 비트코인·금 등 각종 금융자산을 조정받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엔화값이 급등해버린 나머지 BOJ가 이달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거나 국채 매입 감축 규모가 시장 예측보다 작다면 엔화 가치는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