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SK에코플랜트에 ‘알짜’로 평가받는 산업용 가스 회사에 이어 반도체 관련 회사까지 편입시키기로 한 것은 SK에코플랜트의 숙원이던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2026년 IPO 성공을 위해 최근 대대적 경영진 재정비에 나선데 이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오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SK 산하 반도체 가공·유통회사인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 산하 산업용 가스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심의한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급받아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SD카드, USB 등으로 가공·유통하는 회사다.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한 덕에 지난해 594억원의 영업이익, 8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해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고 있다. 에센코어와 마찬가지로 확실한 공급처 확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653억원의 영업이익과 25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캐시카우’인 이들 회사가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되면 SK에코플랜트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코플랜트의 경영환경은 해마다 악화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악화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환경·에너지 사업도 지난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목표의 절반 수준인 4517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36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순차입금 역시 4조2901억원으로 1년 만에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에센코어는 SK에코플랜트의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전문 자회사인 SK테스와의 협업이 가능하다. SK테스는 미국, 유럽 등 21개국에 거점을 두고 데이터센터 서버, 정보기술(IT) 기기 재활용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에센코어가 판매한 D램 등의 활용 가치가 떨어지면 SK테스가 이를 수거해 재활용할 수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경우 SK에코플랜트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반도체용 산업가스 설비 EPC를 SK에코플랜트가 맡는 식이다. 이 회사는 자체 시공 능력이 없어 외부 업체에 플랜트 건설을 맡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편이 SK에코플랜트의 성공적 IPO를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기업가치 하락으로 IPO 추진에 빨간불이 켜진 SK에코플랜트가 합병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IPO 요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본다. SK에코플랜트는 과거 SK건설 때부터 IPO를 추진했지만 좌절을 겪었다. 2018년 초 사업계획에 IPO 추진을 명시하며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같은 해 7월 라오스댐 붕괴 사고로 장외시장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해 무산됐다. 2021년 환경·에너지 사업을 더해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며 재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최근 대대적 경영진 교체에도 나섰다. 지난 15일 신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형근 사장은 SK그룹 전략과 재무,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해왔다. 김 사장은 "SK그룹이 집중하는 인공지능(AI) 시대 대응 및 환경 투자와 발맞춰 인프라 조성 및 반도체 유관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하며 IPO 완수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