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군수업체 최고경영자(CEO)를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저지했다고 CNN 등 주요 외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5명의 미국 및 서방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은 올해 초 러시아가 독일 최대 군수업체 라인메탈의 아르민 파페르거 CEO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파악했다. 라인메탈은 소모전의 핵심인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내 장갑차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러시아에 눈엣가시였다는 평가다.
한 소식통은 "미국 당국이 이 사실을 즉시 독일 당국에 알렸고, 이후 파페르거 CEO와 라인메탈 본사 주변의 경비가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암살 음모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전역의 방위 산업체 임원들을 제거하려는 러시아의 일련의 계획 중 하나"라며 "라인메탈 CEO 암살은 그중 가장 많이 진행된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올리버 호프만 라인메탈 대변인은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하면서도 "보안 당국과의 정기적 협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는 항상 취해진다"고 답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라인메탈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며 "러시아가 하이브리드 침략 전쟁을 벌이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 유럽인들이 순진하게 있어서는 안 되며 자신을 더 잘 방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군사적 활동에 비군사적 조치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을 경고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위협분석센터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파리 올림픽에서 유혈 사태가 터질 것이라는 가짜 뉴스를 살포하는 등 국제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선전 전술을 강화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막시밀리안 칼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정권은 사이버 공격, 허위 정보, 간첩 활동 및 사보타주(시설 파괴 공작)와 같은 위협을 사용한다"며 "러시아의 위협은 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맞서는 데 있어 독일과 우리 파트너의 지원을 약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비판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최근 미국은 "(러시아의) 심화한 전복(subversion) 활동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활동을 폭로하고 저지하기 위해 (나토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