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10년간 '몰카 피해' 3만건…회사는 공론화 막기 '급급'

"피해 신고에 합의 종용, 기밀 유지 계약도"
범죄기록 등 호스트를 걸러내는 과정에도 문제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몰래카메라'로 인한 숙박객의 피해에도 대책 마련보다는 공론화를 막는 데 급급해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몰래카메라 관련 신고에 대해 문제가 공론화할 것을 우려를 해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이와 관련해 세부 사항을 더는 언급할 수 없도록 기밀 유지 계약에 서명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에어비앤비 측은 "관련 업계의 표준 관행"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CNN 측은 에어비앤비의 태도는 사건이 접수된 뒤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21년 7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텍사스주 중남부 텍사스힐 카운티의 외진 숙소에 묵었던 한 커플은 침대를 향해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에어비앤비에 이를 알렸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숙소 제공자) 측과 접촉해 그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느냐"라는 답을 했다. CNN은 "이런 행동은 용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줘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이튿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호스트의 집에서 숙박객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이 담긴 대량의 이미지를 찾아냈다. 범인은 평점이 높은 숙소 제공자만 될 수 있는 '슈퍼호스트'였으며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3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CNN은 에어비앤비가 범죄기록 등을 기준으로 호스트를 걸러내는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신원 조사에만 의존해 호스트의 범죄 이력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문'이 적혀 있다. 매체는 이처럼 호스트와 숙박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에 선을 그으면서도 에어비앤비는 숙박비의 평균 17%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으며, 세계적 호텔 체인 하얏트와 메리어트를 합친 것보다 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CNN은 몰래카메라 촬영이 보통 경범죄로 취급돼 미국에서도 형량이 1년이 넘지 않지만, 피해자들은 훨씬 긴 세월 동안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1일 이후 10년간 에어비앤비에 '감시 장비'와 관련한 고객 응대 기록은 총 3만4000건이다. 이는 에어비앤비가 자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과정에서 10년간 접수된 몰래카메라 관련 민원과 신고 건수를 밝히라는 법원 명령에 따라 공개한 수치다.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 측은 현관 카메라 고장이나 녹음 기능이 있는 태블릿 PC가 실내에 방치돼 있었던 사례 등도 포함된 숫자로 실제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자체적으로 파악해 검토한 결과 관련 피해자는 최소 7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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