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한국이 인공지능(AI) 기술과 인력 확보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보다 처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들이 생성형 AI 비즈니스를 관망하기보다 선제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 부문 생성형 AI 활용을 의무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과거 단행한 정보화 노력보다 더 강력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한국소프트웨어기술인협회 한국생성형AI연구원,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과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산업계의 생성형 AI 전략'을 주제로 53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 중국 등 주요국보다 AI 기술·인력 등에서 총체적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AI 기술 수준은 2022년 미국을 100으로 볼 때 중국 92.5%, 유럽 92.4%, 한국 88.9%로 나타났다"며 "AI 전문 인력, 슈퍼컴퓨터 수, 데이터 확보나 품질, 그래픽처리장치(GPU)칩 등에서 (한국은) 경쟁국 대비 매우 열악하고 챗GPT 등 (생성형 AI) 활용에서도 처진다"고 말했다.
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주요 30개국 AI 인력은 약 47만8000명이다. 한국 인력은 약 2500명이다. 세계 22위에 머물러 있다. 미국 기업들이 AI 인력 약 1만여명을 고용하는 동안 한국은 수백명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톱500' 슈퍼컴퓨터 중 한국은 8대를 보유했다. 중국 162대, 미국 127대, 독일 34대, 일본 31대, 프랑스 24대보다 적다. 산업연합포럼은 국내 IT 의사결정권자 중 72%는 한국 IT 인프라가 AI 요구 수준에 미달한다고 생각한다고 알렸다. 국내 AI 기업 중 70% 이상이 데이터 확보와 품질 문제로 애로를 겪는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은 "AI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시절 정보화 노력 이상의 강력한 국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갈 필요가 있다"며 "공공부문 생성형 AI활용 의무화 도입 등 강력한 AI 활용 노력을 통해 수요 측면에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소프트웨어(SW)나 하드웨어(HW) 등 AI 생산 경쟁력도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규성 한국생성형AI연구원장은 기조발제에서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이 2022년 101억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 1093억달러(약 15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별 AI 접목 수준에 따라 연 3조5000억~5조8000억달러(약 4870조~8070조원)의 경제 성장 효과를 낼 전망이라고 했다. 생성형 AI가 산업별 업무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전체 업무의 5.2~10.1% 수준일 것으로 봤다. 노 원장은 "생성형 AI는 검색엔진에서 응답엔진으로 검색 패턴을 바꾸고 전반적인 업무 혁신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장정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생성형 AI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챗GPT가 유발한 생성형 AI 신드롬으로 산업, 기업 핵심 업무에 급격한 변화가 곧 발생할 것"이라며 "변화의 중대한 의미를 깨닫고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상당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 기업이나 새로운 혁신 기업들에 의한 생성형 AI 활용 성공 사례가 발생할 때까지 관망하기보다 기업 스스로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