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세금 천차만별' 경실련이 찾은 공시가 구멍

경실련, 서울 아파트 공시가·보유세 분석 결과 발표
서울 아파트 공시가 현실화율, 지난해 60%→올해 65%로
정부 동결 방침과 달리 올라
"현실화율 80% 이상으로 일괄 적용해야" 주장

올해 서울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현실화율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했으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다.

아파트별 현실화율도 일정한 기준 없이 차이가 나타났고, 이에 따른 보유세 편차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 아파트 시세·공시가격·보유세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 아파트 시세·공시가격·보유세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권현지 기자

서울 아파트 현실화율 5%p 높게 반영"

경실련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현실화율은 65%로 지난해(60%)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경실련은 "정부가 앞서 현실화율을 동결한다 했으나, 지난해 급격한 공시가격 하락으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실제로는 공시가격을 올려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이 조사한 지난해와 올해 현실화율은 정부 수치와 각각 9%포인트, 5%포인트 차이가 났다. 정부는 올해 현실화율을 지난해와 같이 69%(공동주택)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실화율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현실화율이 69%라면 시세가 10억원인 주택의 공시가격은 6억9000만원이라는 의미다.

아파트 간 현실화율도 차이

서울 지역 아파트 간 현실화율 격차도 컸다. 대표적으로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2차’의 경우 올해 시세가 7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시세(9억1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하락했다. 그러나 공시가격은 5억원으로 유지됐다. 현실화율이 지난해 55%에서 올해 67%로 1년 새 12%포인트 오른 것이다.

반면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신촌’은 같은 기간 시세가 6000만원(13억1000만원→13억7000만원) 올랐는데 공시가격은 2000만원 올라 현실화율이 65%에서 63%로 2%포인트 하락했다. 이 밖에도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1단지’와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가 같은 기간 현실화율이 각각 11%포인트, 9%포인트 오른 반면, 용산구 신계동 ‘용산e편한세상‘과 중랑구 신내동 ’신내데시앙포레‘는 1%포인트씩 떨어졌다.

자의적 현실화율에 세금 부담도 제각각

경실련은 자의적인 현실화율 적용으로 아파트별 실효세율·보유세 부담도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등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통상 현실화율이 높아지면 공시가도 올라 보유세 부담은 커진다.

예를 들어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올해 실효세율이 지난해보다 0.04% 오르면서 보유세로 52만원(133만원→185만원)을 더 내게 됐다. 반면, 방학동 ‘신동아1단지’는 같은 기간 실효세율이 0.001% 하락했지만, 보유세는 3만원(64만원→67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와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은 현실화율이 각각 0.04%씩 올라, 137만원(880만원→1017만원)과 117만원(255만원→372만원)의 보유세를 추가 부담해야 했다.

경실련은 조세 형평성을 위해 시세 반영률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세금 부과 기준이 자의적으로 적용된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 빌딩, 토지 등 모든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을 예외 없이 80% 이상으로 적용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가뜩이나 시세 반영률이 떨어지는 공시가격을 더 왜곡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하고 부동산 관련 모든 통계의 산출 근거와 자료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건설부동산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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