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국회는 약속했던 2단계 입법을 아직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상자산법 개정안 발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들은 전날까지 872개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가상자산법에는 관심이 없었던 셈이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사기·배임·횡령 등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를 저지른 가상자산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예금보호공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로 유입된 은닉 재산을 추적할 수 있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가상자산 시장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은 아니다.
다음 달 19일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시장 이용자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예치·신탁해야 하고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의 종류 및 수량을 명부로 작성해 비치해야 한다. 아울러 시세조종 행위와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기발행 가상자산 매매행위도 금지된다. 가상자산 및 가산자산 시장을 명시하는 등 업권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다만 국회에서 가상자산법을 발의하던 과정부터 2단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용자 보호에만 집중했을 뿐,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 발행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어 반쪽짜리 법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상장 심사, 공시, 거래 유지 심사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거래되지 않는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관련 사기 사건과 연루되고 있어 가상자산 발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Defi)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가상자산과 연계된 시장에 대한 규제 역시 이용자와 업계에서 촉구했다.
여야는 22대 총선에서 앞다퉈 가상자산과 관련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 내용을 담고 있는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을 공약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의 과세 연기를 검토하고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백지신탁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회기 중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와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제도권 편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11개의 가상자산법이 발의되는 등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입법 등 가상자산 관련 주요 업무를 맡던 의원이 낙선하면서 동력이 사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을 발의하고 '코인게이트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의 간사를 맡았다.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 역시 가상자산법을 발의하고 '가상자산 특별 대책 TF' 맡으면서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당내 구심점을 담당했다.
가상자산법의 추가 입법은 22대 국회 하반기부터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관련 제도를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꾸려진 지 얼마 안 됐고 국민권익위원회, 가계 부채 등 정무위원회가 맡고 있는 이슈도 많다"며 "2단계 입법과 관련해서는 원점부터 다시 의견을 조율하고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