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재선 구청장인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이 취임 첫해부터 빼놓지 않는 게 있다. 바로 청소다. 인구 42만명인 성북구에는 스무개 동네가 있다. 스무개 동네는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상·하반기 세 번씩, 총 여섯번 골목 대청소를 한다. 아침 7시가 되면 이 구청장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난다. 청소하면서 골목 구석구석을 살핀다.
주민들과 악수하면서 듣는 느닷없는 현장 민원 중 말이 된다 싶은 건 바로 해당 부서에 전달한다. 매월 일주일씩 이렇게 하루 서너개 동을 돈다. ‘현장 구청장’의 ‘텐션’과 ‘체력’이 없다면 요즘 같은 시절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주민들의 요구를 소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칭, 타칭 ‘현장’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지난 21일 성북구청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기자가 “선크림 좀 바르셔야겠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햇빛에 그을린 피부와 악수할 때 느껴졌던 딱딱한 손의 촉감은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 구청장은 1995년 성북구에서 처음 구의원이 돼, 두 번의 구의원과 사무부총장 등 당직자, 한 번의 시의원을 거친 후 재선 구청장을 지내고 있다. 그러니 지방자치와 생활정치, 현장정치에 대한 실천과 철학이 분명했다.
이 구청장은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이고, 지방정치는 곧 현장정치”라며 “주민과 최접점인 지방정부로서는 당연히 현장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민선 7기(2018년)부터 지금까지 120회에 걸쳐 열린 현장 구청장실에서 2만5800여명의 주민이 직접 현장에 참여해 1730건의 제안을 주셨고, 그걸 해결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길게 설치된 도로열선(친환경 스마트 도로열선 사업), 목재파쇄장 부지를 활용한 오동근린공원 내 숲속도서관 건립 등이 현장 구청장실이 이끈 행정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구청장은 “성북구는 그 어느 곳보다 주민자치회 활동이 활발한 곳”이라며 “20개 동의 주민자치회가 직접 동네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총회를 통해 주민이 직접 결정하고 실행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만 주민총회에 상정된 566건의 의제 중 145건이 주민의 결정으로 주민자치계획에 반영됐으니 당연히 효능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구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1조48억원)을 돌파해 2018년 처음 성북구청장에 취임했을 당시 6343억보다 58% 증가했지만 국시비보조금이 세입의 48%고, 세출에서 사회복지 비용이 58%를 차지해 대규모 재정투자 사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재정투자사업의 경우 구의 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의 경우 주민 안전과 관련한 사업을 최우선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성북구 내에서도 문화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이 한 곳에만 쏠려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식 구립노인복지관을 건립하고, 길음사회복지관 신축이전, 석관장위 보건지소 건립, 월곡동 복합문화체육시설 건립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지역별로 안배한 것이다.
이문(석관) 차량기지를 동북생활권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서울시와 지속적인 협의를 벌이고 있고, 동대문구와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하고 있다. 이문 차량기지 복합개발은 20만㎡ 규모로 석계역을 중심으로 성북구를 비롯해 동대문구, 노원구, 중랑구와 인접한 역세권 개발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현재 시가 진행 중인 개발계획 구상 용역을 통해 기초조사가 완료되면, 개발유형과 사업화 전략 등이 더 구체화할 것”이라며 “올해 초 발표된 경원선 지하화 계획이 연계돼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북구의 중점지역 개발의 일환으로 혁신적인 개발계획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인근 구와도 협의해 혁신적인 지역개발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사업, 동북선 경전철, 내부순환 월곡 하향 램프 등 도시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임기 후반기 더욱 공을 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성북구에는 125개 구역의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체계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일찌감치 도시정비신속추진단을 신설한 것도 타 구에 비해 많은 정비사업이 활발히 추진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성북사랑상품권 발행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구의 정책 결정에 반영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