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건립 伊시장 '비문 바꿀 것…韓 일방적 주장 담겨”

“공부 부족…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
“한일 양국 입장 병기한 새 비문 만들 것”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이탈리아 스틴티노 시장이 소녀상 비문 문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의 입장을 모두 담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교토통신은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이 제막식을 하루 앞둔 21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시청에서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한국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이 비문에 적혀 있다”면서 “문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다”면서 “일본만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고 전하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병기한 비문으로 새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구 변경의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는 “한국 대사관으로부터도 이야기를 들은 뒤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녀상은 성 관련 전쟁 범죄에 대한 보편적인 비판의 마음을 담고 있다”면서 “정치 이용으로 문제화되지 않는 한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스틴티노시에 설치해 22일 공개되는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으며, 소녀상은 이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비문은 한국어 외에도 이탈리아어와 영어로 적힌 별도의 안내판으로 설치되며, QR코드를 통해 더 많은 언어로도 읽을 수 있다.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은 앞서 지난해 12월 스틴티노시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이에 “우리 영토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인류와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낙인찍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답한 바 있다.

정의연에 따르면 스틴티노 소녀상은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공공부지에 두 번째로 설치되는 것이다.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해외에서 처음으로 소녀상이 세워진 이후로는 14번째다.

한편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에 대해서는 베를린 미테구청이 오는 9월 28일 이후 철거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다. 구청은 지난 18일 “특별 허가가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는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하는 상태”라며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