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민기자
지난 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경고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로 큰 피해를 유발한 지진이 없어 경계심이 약해지던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지진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던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4월5일, 미국 뉴욕시도 인근 뉴저지주 헌터돈 카운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으로 술렁였다. 이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은 140년 만이었다. 뉴욕시가 지진을 경험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늑장 대처에 나선 뉴욕시 당국은 시민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았다.
부안과 뉴욕에서 발생한 같은 규모의 지진은 인명 피해를 남기지 않았지만, 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적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 학계 규모 6.0, 최악 시 7.0 지진도 가능 전망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에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판 경계에 위치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일본과 같은 판 경계 지역에서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대만과 비교해 지진 위험이 훨씬 적지만 최근 들어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지진 발생 그래프는 뚜렷한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증가 추세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학자들은 한반도 동쪽이 일본 쪽으로 끌려가면서 한반도가 과거보다 3㎝ 정도 넓어지고 지반이 약해져 지진이 빈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면서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16년 경주(규모 5.8)와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 이후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전북 부안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권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은 약 6.0 정도로 추정된다.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주택이 무너질 수 있으며, 진앙의 위치에 따라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규모 7.0의 강진도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2016년 경주 지진보다 위력이 63배 강한 것이다.
◇ 한반도 단층 조사 속도 내야…주변국 정보 연구도 필요
현재까지 우리의 지진 대응은 예측보다는 지진 경보의 신속성을 높이고 동남권 단층권 정보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 정책도 한계가 있다. 경보의 속도는 빨라졌고 건물의 내진설계 등 대응이 강화됐지만 단층권 정보가 동남권에 한정되어 있어 이번 부안 지진의 경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반도 단층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동남권에 이어 수도권과 충청권 조사가 진행 중이며, 호남은 2027년, 강원은 2032년에야 조사가 시작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한반도 일대에 응력 불균형이 생겨 지진이 급증했다가 현재는 다소 줄었지만, 응력이 지반 깊은 곳으로 전이되면서 진원이 깊은 지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층대 변화가 있을 수 있어 빠른 조사가 시급하다는 의미이다.
해저 단층 정보 파악도 필요하다. 해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육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지진해일로 피해도 발생한다. 육상에서의 지진만큼이나 파장이 크다. 한반도 주변 해저 단층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2018년부터 해저 활성 단층 연구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국내 지진에 대한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진은 해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지진 연구 영역을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확대해 우리나라 주변 판 경계를 포함하는 지역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해야만 전방위적인 지진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GPS 활용해 2시간 전 지진 예측 기술도 등장…한계도 분명
과학 기술을 통해 지진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가능할까. 자연현상인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지진을 예측해 피해를 줄였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각판 운동에 의한 지진 단층 응력 축적과 해소 과정에 대한 물리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고, 이를 정밀하게 관측하는 능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동물의 이상 행동을 지진 예측과 연관 짓는 것은 그만큼 지진과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무기력함을 상징하는 예로 거론된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 주목받은 지진 예측 연구 사례는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된 지진 발생 2시간 전 단층에서 발생하는 전조 증상을 인공위성으로 확인한 경우다. 캉탱 블레트리 프랑스 코트타쥐르대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 100여건의 대규모 지진에서 생긴 GPS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기 2시간 전 단층에 발생하는 전조 증상을 확인했다. 이 움직임은 지진계에도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미세했다. 하지만 지진 발생 2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어도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상당한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진일보한 지진 예측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기술도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100배 더 정밀한 GPS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