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한강 대개조, 세빛섬 10년 전철 밟지 않아야

그야말로 '한강 올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1기 시절에 착수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증보판이 이어지며 서울시정의 역점은 어느새 '한강'에 맞춰지고 있다. 한강을 단순 관광지로 삼겠다는 게 아닌 서울을 세계 5위권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한 경제적 발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주말에도 오 시장은 "한강 물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깨끗했다"며 한강에 몸을 직접 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추진한 청계천 복원에 빗대 서울시장의 '랜드마크 정치학'으로 해석하는 이도 많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공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서다. 오 시장 역시 과거 재임시절부터 '한강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민선 8기로 돌아와서는 지난해 '그레이트 한강', 올해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수년간 한강변을 중심으로만 추진한 정비·개발 계획을 확대했다.

규모가 클수록 효과까지 큰 '랜드마크 정치학'의 특성을 감안하면 탁월한 선택인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백억이 드는 사업 규모에 비해 접근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최근에 만난 서울시 고위 관계자의 "언제까지 치맥(치킨+맥주)과 텐트만 가지고 한강을 찾게 할 수는 없다"는 말에는 시민들의 한강 접근 방식을 확대해 경제적 실익까지 챙겨 미래세대에 넘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오 시장의 계획대로라면 5년쯤 뒤에는 서울 한강에 수상호텔이 떠 있고 그 위로는 곤돌라가 이동한다. 한강변 곳곳에는 마리나 시설이 들어서 리버버스가 오가는 것은 물론 사람들은 푸드존이나 윈드서핑과 같은 다양한 수변시설을 즐긴다. 한강 첫 보행교도 탄생한다. 노들섬은 미국 구글 신사옥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른바 '한강 대개조'다.

후속조치도 빠르다. 10월 리버버스의 정식 운항을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선박 건조 상황을 현지에서 점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활용 불가능한 수상택시 승강장은 철거가 시작됐고 상황을 지켜보자던 한강변 곤돌라 역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건축사무소들과 계약도 맺었다.

다만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사업들에 대한 우려는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민들은 오세훈-박원순에서 다시 오세훈으로 이어지는 서울시정 대변화에서 이미 경험했다. 세빛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만 하더라도 '세금둥둥섬'과 '난개발'이라 비판을 받은 게 10여년이다. 오 시장이 돌아오고 나서야 세빛섬은 흑자로 전환했고 DDP는 서울 대표 랜드마크이자 패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오 시장의 임기가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지금 추진 중인 '한강 대개조' 사업들 역시 후임 시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새로운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가고 수년의 사업 기간이 걸리는 탓에 일부 프로젝트는 중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액 민간자본을 유치해 조성하겠다던 서울시의 대관람차, 트윈아이 사업이 벌써부터 '세금 우회 투입'이라는 논란에 앉은 것만 봐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과거 박 전 시장은 서울시 도시계획의 기조를 '개발·정비'에서 '사람중심·도시재생'으로 전환하겠다 선언하고 이를 '헌장'으로까지 만들었지만, 지금의 서울은 또다시 달라졌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의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울의 미래를 위해 한강은 방치하는 것이 아닌 활용해야 할 자산'이라는 핵심 기조부터 시민들에게 정확히 전해야 한다. 연 단위 사업계획을 제때 이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업별로 발생하는 논란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도 요구된다. 지금의 바늘구멍을 막지 못하면 제2, 제3의 세빛섬이 될 수밖에 없다. 한강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원칙과 방향이다. / 사회부 배경환 차장

사회부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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