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일본 식품물가 비상…라멘·오렌지주스 가격 오르고 판매중단

브라질 수해·흉작에 엔저까지 겹쳐
수입 원재료 가격 급등
라멘·야끼토리 가격 오르고
오렌지주스는 판매중단

달러당 150엔대 초반으로 떨어졌던 환율이 다시 160엔을 향하고 있는 등 엔화 가치 하락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일본에서는 수입 원재료가 들어가는 라멘, 오렌지주스 등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인 브라질의 수해, 흉작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수입 원재료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까지 오르자 자영업자들은 이대로는 장사를 계속 할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일 TV아사히는 엔화 약세로 서민 음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라멘의 주재료인 수입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라멘집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라멘에 들어가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 세무사와 상담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스태미나 라멘 스즈키.(사진출처=스태미나 라멘 스즈키 SNS)

도쿄 유명 라멘가게 '스태미나 라멘 스즈키'의 경우 최근 라멘 한 그릇 당 20엔(174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라멘 한 그릇에 약 150g의 돼지고기가 들어가는데,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1kg에 820엔(7155원)에서 현재 1020엔(8900원)으로 뛰면서 원가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가게 사장은 "라멘에 들어가는 돼지비계, 목살도 덩달아 가격이 오르고 있어 재료비 월 지출이 기존보다 50만엔(434만원) 늘었다"며 "서민 음식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최대한 인상을 미루고 버티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식 닭구이 전문점에도 엔저의 여파가 미쳤다. 4월 말부터 브라질에 호우가 내리면서 수입 비율의 70%를 차지하는 브라질산 닭고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저까지 겹치면서 점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TV아사히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가격 급등으로 점주들이 국내산 닭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산 닭고기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쿄도의 한 닭구이 전문점에서는 1개당 10엔( 87원)에 파는 박리다매 메뉴 '치킨볼'에 개수 제한을 두기로 결정했다.

6월부터 판매중지에 들어가는 모리나가유업의 '썬키스트 100% 오렌지'주스.(사진출처=닛테레)

오렌지의 90%를 브라질에서 수입해온 일본에서는 브라질산 오렌지 흉작과 엔저가 겹쳐 오렌지주스 가격이 오르거나 이 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되자 전국적으로 오렌지주스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즙협회에 따르면 수입 오렌지 과즙의 리터(ℓ)당 가격은 2020년 259엔(2260원)에서 2023년 491엔(4287원)으로 급등했다. 이에 아사히음료는 지난해 12월부터 1.5ℓ짜리 오렌지 주스 판매를 중단했고, 모리나가유업은 오렌지 과즙이 동나는 대로 이달부터 ‘썬키스트 100% 오렌지’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패스트푸드 체인 모스버거는 오렌지주스 단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식료품업계는 브라질의 흉작과 엔저 현상이 계속돼 오렌지 수입 비용이 더 늘어날 경우 오렌지 대신 일본 안에서 생산되는 귤로 주스를 만드는 방식의 대응 전략도 세우고 있다.

기획취재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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