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준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소환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21일 오전 김 사령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오후에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소환한다. 두사람을 같은 날 부른 만큼, 대질 조사를 통해 해병대의 채 상병 사건 보고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의혹의 진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공수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한 게 맞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올라갔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 초동 조사를 벌이던 박 전 단장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이번 의혹의 핵심이다.
박 전 단장이 지난해 7월 30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 날 김 사령관이 돌연 언론 브리핑 취소를 통보하며 부대 복귀를 지시했고, 이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단장에게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고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단장은 이 전 장관의 지시로 브리핑이 취소된 후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면서 "오전 대통령실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며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말부터 유 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차례로 부르며 피의자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공수처는 전날에도 박 전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후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