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엔터사의 한계…하이브만의 문제 아니다

SM 등 국내 4대 엔터기업
하이브보다 주가 하락폭 커
체계적 경영 구조 갖춰야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결국 법정까지 갈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민희진 대표를 물러나게 한다고 해도 논란이 끝나지는 않는다. 그동안 하이브 주가는 많이 내렸다. 지난 17일(금) 종가는 지난해 6월 말의 최고점에 비하면 38% 하락했다.

하지만 조금 눈을 돌려 다른 기업들까지 모두 살펴보면 주가 하락은 하이브만의 일이 아니다. SM, YG에 이어 JYP엔터까지 국내 4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기록했던 최고점과 비교하면 모두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하락 폭은 역시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JYP는 59%, YG는 55%, 에스엠이 41% 정도로 오히려 하이브의 하락 폭이 작다.

구체적인 상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부진한 실적 탓이 크다. JYP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 하락한 336억원으로 나타났다. 에스엠은 15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예상 평균치의 35%를 밑돌았고 YG는 아예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이브의 주가 하락도 물론 근본적으로는 실적 부진 탓이다.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73% 감소했다. 자회사를 제외한 하이브의 단독 재무제표 기준 경영실적은 더 심각해서 금융자산 평가손실이 급증하며 지난해 19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진 갈등이 주가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아직 민희진 대표의 회사는 하이브의 수익에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가는 결국 실적이다.

우리나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독특한 역사와 시스템을 갖고 있다. 1989년 SM을 시작으로 등장한 기획사들은 기업형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재능있는 연습생들을 뽑아 우리나라만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통해 데뷔시키고 해외 시장 개척까지 나섰다.

그 결과 K-팝의 영토는 넓어졌고 방탄소년단이 미국까지 강타하면서 K-팝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주류 음악으로 성장해 세계 스트리밍 시장의 점유율도 10%로 커졌다. 놀라운 성장 스토리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진 한계는 확실하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며, 변동성이 너무 심해 반응에 대한 사전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권사 보고서들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성과를 기준으로 신규 음반이나 신인의 실적을 예상하지만, 대중의 취향은 늘 변하고 예측이 어렵다.

사업의 성패에는 유능한 제작자와 스타 연예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람이 모든 것인 만큼 위험 관리는 지극히 까다롭다. 하이브의 경우는 제작자들 간의 갈등이었지만 회사와 소속 연예인의 갈등은 흔한 일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의사결정 시스템과 소수 인적 자원에만 의존하는 수익 구조로는 어떤 기업도 안정적인 경영이 힘들다. 유니버설뮤직 등 세계 유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수평적 다각화 기반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채택하는 이유다. 하이브가 추진하는 멀티 레이블은 적절히 자리만 잡는다면 약점이 될 수 없다.

자산총액이 5조원이 넘는 하이브는 지난 15일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최대주주인 방시혁 이사회 의장은 대기업 총수(동일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음악 프로듀서로는 처음이다. 대부분의 기업 내부 분란은 사실 지배구조 탓이다. 안정적인 실적을 위해서도 이제 한 단계 성숙한 지배구조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경영자와 창작자의 분리가 애매하면 논란이 계속된다. 탁월한 프로듀서가 해야 하는 일과 기업 경영은 다르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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