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이것' 안 씌우고 촬영 적발…징역형 선고받은 감독 망명

모하마드 라술로프, SNS 통해 탈출 알려
“감옥과 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여배우에게 히잡을 씌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형과 태형 등을 선고받은 이란의 유명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술로프(52)가 유럽으로 망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라술로프 감독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탈출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라술로프 감독은 SNS에 올린 영상에서 눈 덮인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나는 안전한 장소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202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라슬로프 감독의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 [이미지 출처=IMDb]

이어 “이란 통치자들의 탄압과 만행 탓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나는 당신들과 당신들의 탄압 기구를 깊은 역사 속으로 묻어버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망명자 대열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변인을 통해 배포된 별도의 성명에서 “길고 복잡한 여행 끝에 유럽에 도착했다”며 “감옥과 망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무거운 마음으로 망명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의 부당한 판결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하지만 이란 사법부는 잔인하고 이상한 판결을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에 내가 받은 형량을 불평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8일 인권 변호사 바바크 파크니아는 SNS에서 라술로프 감독이 항소심에서 8년 징역형과 태형, 벌금형, 재산몰수형을 함께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거나 히잡 없이 촬영한 혐의다. 여기에 관계 당국의 허락 없이 영화를 만든 혐의도 추가돼 영화 관계자들이 출국 금지 상태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모하마드 라슬로프 감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라술로프 감독은 2020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데어 이즈 노 이블’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으나 그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은 이란 당국의 출국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2017년에도 뇌물 상납을 거부하다 박해를 당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집념의 남자’로 제70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으나 이란 정부로부터 여권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새 영화 ‘더 시드 오브 더 세이크리드 피그’는 이달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다만 라술로프 감독의 영화제 참석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트렌드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