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 때 도와줄 사람 없다' 비율, 한국 노인 OECD 3배[노인 1000만 시대]⑬

노인 고립은 해외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년기 고립된 생활은 고독사로 이어질 위험이 커서,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해외의 다양한 대책을 참고해 정책 수립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의 '한국의 사회동향:사회적 고립의 현황과 결과'(2019년)를 보면 독일, 미국, 일본에서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은 2010년부터 10년간 5~12%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0%를 넘는 해가 많았다. 연령대별 차이를 국제 비교한 결과를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통계개발원이 갤럽 세계여론조사(2006년~2014년)의 사회적 지원 결여 비율의 연령대별 차이를 국제 비교한 결과를 보면 50세 이상에서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은 OECD 국가들이 평균 13%이었으나, 한국은 정확히 3배인 39%였다. 연구를 진행한 한준 연세대 교수는 "지원의 결여라는 면에서 한국 사회의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이어 "사회복지 서비스는 '신청주의' 제도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정책을 모르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고립 노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복지망에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도시락 배달, 방문건강관리서비스 등을 활용하거나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동네 탐색, 거주공간 고립 주민 발견 및 신고 등을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선진국의 '일상회복지원'이 이와 같은 대책의 좋은 사례이다. 일상회복지원은 개인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거주지 내 일상생활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통해 자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국가의 제도개혁 사례연구(2022년)'에 따르면 최근 10여년 간 영국, 뉴질랜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서는 고립 노인 돌봄 모델로 채택하고 있다. 재가 인력 서비스를 통한 방문 관리가 대표적이다.

또한 일본은 1990년대부터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를 통해 고독사 고위험군을 예방 관리 대상자로 선발하고, 고독사 예방 상담 전화를 설치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인 '왕진제도'도 있다. 단순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등의 효과도 볼 수 있다. 영국은 2018년 정부 부처로 고독부를 신설해 노인 고독에 적극 대응하고 있고, 미국은 협동조합 형태의 '자연발생적 은퇴 공동체'를 만들어 자원봉사자들이 노인의 건강 상태와 식사 여부 등을 확인한다. 60세 이상의 인구가 50% 이상인 지역에서 노인들의 건강관리, 식사 서비스, 사회 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운동 수업, 문화 행사, 교육 프로그램 등도 포함된다. 노인들의 독립적인 생활과 사회적 연결을 지원해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복지 선진국에서는 노년층이 지역사회에서 배드민턴 등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운동을 비용 부담 없이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이런 활동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독거노인이 참여하기 어렵다"며 "우선, 노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독거노인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고독사 등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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