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송승섭기자
시민 규제감시기구인 ‘좋은규제시민포럼’이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5개 규제를 시급하게 타파하거나 경계해야 할 ‘나쁜 규제’로 제시했다.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사진)은 1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쁜 규제는 비용편익이나 규제 원칙에서 볼 때 어긋나는 규제”라며 “국민경제에 이익보다 부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나쁜 규제로 ▲노란봉투법 ▲임대차 3법 ▲중대재해처벌법 ▲전통산업보전구역 일몰기한 규제 ▲쌀 초과생산량 의무매입 규제 등 5개를 우선 꼽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 대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민간이 제기하는 불만을 정부가 듣고 풀어주는 시혜적 규제개혁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시장개입 정도가 높은 규제를 찾는 발굴형 개혁을 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의 근원적인 전환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강 이사장은 지난 9일 대학교수 등 규제개혁 전문가들과 함께 시민사회 주도의 규제감시기구를 표방하는 좋은규제시민포럼을 출범했다.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출신인 그는 민간 비영리단체를 만든 배경에 대해 “규제개혁을 정부가 스스로 잘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강 이사장은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을 25년간 했는데 실질적으로 국민의 경제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규제들이 안 없어지고 있다”면서 “국가 개입이 전혀 완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으로는 ‘규제 본능’을 거론했다. 그는 “규제가 정부의 힘이자 권한”이라면서 “규제를 하면 법이, 법을 만들면 조직이, 조직을 운영하면 예산이 따라온다”고 분석했다. 규제로 얻는 이익이 크다 보니 관료들이 규제를 갖고 있어야만 하고, 없애야 할 유인이 없다는 취지다.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규제개혁을 주도한다면 “결과는 난망하다”는 게 강 이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이 규제공화국이 된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이사장은 “한국은 자본주의와 국가 성립이 동시에 이뤄진 나라다 보니 초기부터 국가의 경제개입이 불가피했다”면서도 “우리가 시장경제를 도입한 게 1960년대인데 아무도 국가에 서서히 시장경제에서 물러나라고 얘기하는 세력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은 앞으로 시민이 직접 규제입법과 집행을 감시해 불량규제를 발굴하고, 좋은 규제의 기준에 부합한 규제로 변모시키는 활동을 펼치게 된다.
특히 자유롭게 시장에 진출해야 할 기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규제로 인해 좌절되지 않도록 규제감시 및 평가, 규제애로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 규제청원 지원, 규제영향분석을 통한 과학적 토론의 장 제공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를 정부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과 기업들로부터 사례를 수집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규제개선을 효과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좋은규제시민포럼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규제 ▲안전과 성장을 함께 추구하는 규제 ▲혁신을 촉진하며 기술 발전을 제한하지 않는 규제 ▲과학적 분석과 증거에 기반한 규제 ▲국제기준과 비교해 규제강도를 최소화한 규제 등 13대 ‘좋은 규제’의 조건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