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금융포럼]'日전통기업 달라져 증시 반등…주주제안·사외이사 필요'

제13회 아시아금융포럼
"올해 주주총회 시즌 주주제안 400건 예상"
사외이사 10년새 '쑥'…다양성·전문성 필요

“일본전통기업(JTC)은 과거 경직돼 있었고 대부분 주주 친화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많이 바뀌었고 일본 증시도 깨어나고 있죠. 증시 반등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입니다.”

고다이라 류시로 일본 니케이신문 전문저널리스트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4)'에 참석해 '일본증시가 부활하는 비결은-일본 독립 사외이사제와 거래소의 역활을 중심으로' 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고다이라 류시로 일본 닛케이신문 전문저널리스트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일본 증시 부흥의 비결, 깨어나는 일본 경제’라는 주제로 열린 ‘제13회 아시아금융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배경엔 2014년 등장한 기관투자자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있다”며 “일본 금융당국은 또 기업 이사회가 사업내용을 꼼꼼히 감시하도록 ‘기업지배구조 코드’도 2015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자본시장서 주주행동주의 '활황'

일본 금융당국의 노력에 따라 JTC를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단순 구조조정·비용절감·배당정책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과 브랜딩까지 확대하는 모습이다. 홍콩계 행동주의펀드 오아시스는 일본의 대형 화장품사인 카우에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선임하라고 전했다. 카우가 최고의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을 주주로서 제안한다는 것이다.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는 지난달 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유가증권 보고서를 주주총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가증권 보고서란 사업보고서(한국)·연례보고서(미국)처럼 한 기업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담은 공인 보고서다. 일본 기업들은 3월 말 회계연도를 종료하고 6월 주주총회를 열어 왔다. 3개월이라는 촉박한 시간 때문에 주주총회 이전에 유가증권 보고서를 공시하는 상장사는 4000여곳 중 33곳뿐이다.

고다이라 기자는 “2014년 주주총회 시즌에 나온 주주제안 안건은 70건 정도였는데 지난해엔 300건이 넘는 주주제안이 있었다”며 “올해 주주총회에선 400건에 가까운 주주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외이사 여전히 부족…다양성·전문성은 낙제점

상장사들도 일본 금융당국의 권고에 힘입어 독립 사외이사 확보에 나섰다. 전체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가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상장사는 2014년 6.4%에 그쳤지만 지난해 90%대로 크게 늘었다. 고다이라 기자는 “과거에는 대부분 JTC가 이사진은 균질성을 유지해야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며 사외이사 채용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이제는 이사진 다각화가 결국 제품 제조 과정의 핵심이라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다이라 류시로 일본 니케이신문 전문저널리스트가 9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아시아금융포럼(Asisn Financial Forum 2024)'에 참석해 '일본증시가 부활하는 비결은-일본 독립 사외이사제와 거래소의 역활을 중심으로' 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그는 “결과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여정이지, 그 자체로 목적지가 아니다. 상시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전히 개선할 부분이 많고 투자자들도 점점 더 까다로운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노무라자산운용은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과반 이상이 아니라면 이사회 의장이나 대표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사외이사가 절반 이상인 일본 상장사 비중은 15.9%다. 2014년(1.4%)보다 14.5%포인트 늘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성 문제도 개선점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미라타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이사회에 여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선임에 실패할 위기에 놓였다. 의결권 대리행사에 나선 미국의 한 기업이 여성 이사 수가 적다면 회장 재선임에 반대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여성 이사가 부재한 기업은 여전히 10.9%에 달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선임되기도 한다. 고다이라 기자는 “전임 대표나 변호사·검사 등 법조인, 재계에 몸담은 외국인이 일본 기업의 사외이사로 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외이사는 기업의 전략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의사결정이 잘 진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는데, 적격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외이사들은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금융부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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