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한동훈 팬덤…과열 현상에 우려 목소리도

지지자들, 자발적으로 팬카페 가입 독려
국힘 당원 게시판에서 기존 지지자와 '기싸움'
윤석열 대통령 지지 두고 복잡한 감정 보여

"간절히 기다립니다." 지난달 11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팬클럽 '위드후니'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글이다.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먼저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책임을 홀로 짊어진 것 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하루빨리 복귀해 당권을 잡고 대권 도전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빠른 복귀가 정치적 자산의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타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 힘 당사에서 총선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발표문을 꺼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네이버 등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한 전 위원장의 팬클럽인 카페 위드후니의 회원 수는 3만6495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만 해도 2만6156명 수준이던 회원 수가 2주도 안 돼 1만명 넘게 늘었다. 지난달 11일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지지자들이 팬클럽으로 몰렸다. 팬클럽 매니저가 매일 목표 회원 수를 제시하고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네이버 뉴스난이나 유튜브 등에서 팬클럽을 홍보한 점도 회원 수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위드후니에 모인 지지자들은 일반적인 팬덤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 행보에 기여하려고 하는, 소위 '정치 세력'이다. 이들이 가장 집중하는 것 중 하나는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다. 1년 중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서 책임당원이 돼야 당 대표, 대선 후보 등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인증 게시판이 열린 지난달 15일 이후 350개가량의 당원 인증 및 관련 글이 게시됐다. 지난 3월 해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12개에 불과했다.

2주도 안 돼 1만명 늘어난 한동훈 팬카페 회원…화환 보내기로 '세 과시'

지난 15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지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화환을 보내 벽을 둘러쌌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세를 과시하려는 움직임도 가졌다. 지난 15일 위드후니 회원을 비롯해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모여 화환을 전시했다. 당시 250개가 넘는 화환이 국회 주변을 둘러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공간만 넓었다면 더 많은 화환을 놓을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뿐 아니라 1일에는 부산 지역, 오는 3일에는 경기 남부 지역의 지지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다.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 10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마다 책임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들이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공정'이다. 김진일씨(32·남)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게 된 순간은 법무부 장관 시절의 행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맞받아치는 모습을 통해 국정을 훌륭히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김씨는 "한 전 위원장이 검사 시절을 거쳐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사법적 정의를 실현했다"며 "이 모습을 보고 정치적인 정의 실현도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면 갈등은 불가피하다. 한 전 위원장 지지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국민의힘 지지자와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기싸움의 장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이다. 한 전 위원장을 두고 "총선 참패의 책임자" "강남 좌파" 등 비난이 쏟아지면 지지자들은 위드후니에서 '정화 작업'을 요청한다. 당원 게시판으로 달려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판글에 반박글을 달거나 한 전 위원장을 칭찬하는 글로 부정적인 내용을 밀어내라는 것. 이들은 댓글로 "너 같은 인간 때문에 보수가 분열된다" "한 전 위원장만이 대안이다"고 반박했다. 혹은 "한 전 위원장은 결국 잘 될 것"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과열되는 팬덤 현상에…"팬카페 탈퇴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팬카페 '위드후니'에서 탈퇴당한 사람이 다른 카페에서 아쉬움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한 전 위원장이 아닌 윤 대통령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가장 많이 쏟아진 시점은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실 오찬 회동을 거절한 게 알려졌을 때다. "홍준표 대구시장보다도 늦게 부르면 서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한 전 위원장의 행보를 지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3일 한 전 위원장이 오찬을 거절한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내부 분열은 용산 대통령실과 홍 시장이 먼저 시작했다"고 반발했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는 엇갈렸다. 주모씨(66·남)는 과거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제 지지를 거둬들였다. 주씨는 "정치 지도자 한 사람의 생각이 중요하지만, 조직 역시 중요하다"며 "대통령실에 있는 참모들이 계속해서 잘못된 판단이나 사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국정 방향에 동의하지만, 참모진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보수 진영이 만들어낸 대통령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씨는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갈등 관계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음 대권에 나설 인물이라 협력 관계, 즉 힘을 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의 팬덤 현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개딸'(이재명 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한 전 위원장 팬카페 회원들은 위드후니에서 한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탈퇴 당했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놓았다.

주씨 역시 총선 이후 위드후니에 가입했지만 곧바로 탈퇴했다. 주씨는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방법이나 내용 등에 여러 의견이 있을 텐데 적극 지지층이 중심이 되는 등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며 "잘못하면 개딸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팬카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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