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조유진기자
정부가 최근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양배추·조미김·코코아두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키로 했다. 가격 담합, 과도한 유통마진 등을 저지하기 위해 민생 밀접 분야에 대한 시장 감시도 강화한다. 다시 높아진 물가 흐름 속 정책목표인 '2%대 물가'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모든 가용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물가안정 관련 현안간담회'에서 농축수산물, 석유류, 가공식품, 공산품 등에 대한 가격 동향과 대응 방안, 주요 부문 시장 감시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미국 등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 속에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조속한 물가 안정기조 안착을 위해 범부처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최근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배추, 양배추, 당근, 포도, 마른김 등 5종에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내달 중 관세 인하분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입 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기로 했다. 배추, 양배추, 토마토, 당근 등 가격이 높은 25개 품목에 대해서는 납품단가를 지원해 소비자 체감가격을 낮춘다. 대중성 어종 6종의 경우 정부 비축물량을 3월부터 현재까지 당초 계획(1960t) 대비 79.5%(1559t)를 시장에 공급한 데 이어 이달 중 전량 공급할 계획이다.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기존 할당관세 적용 중인 29개 식품 원재료에 코코아두, 조미김 등 2종을 추가한다. 정부가 식품원료 관세를 낮추고 국제곡물가격도 큰 폭으로 하향 안정화된 만큼, 식품업계에서도 원가 하락분을 신속하고 충분하게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강화하는 등 국민 부담 완화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또한, 세제·샴푸 등 생필품도 대형편의점·마트 등에서 유통마진을 과도하게 반영하지 않는지 집중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연장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중동 사태 리스크를 주시하며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이상으로 과도한 가격 인상이 없도록 앞으로 시장 점검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알뜰주유소 가격은 시중 대비 30~40원 낮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매주 석유시장점검회의를 통해 가격 동향을 점검하는 한편 범부처 석유시장점검단을 지속 가동해 담합, 세금 탈루 등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물가 오름세가 잡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농산물 고공행진과 유류비 상승에 더해 총선이 끝나면서 정부가 억누른 전기료와 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줄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물가 압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정부는 가격 담합, 과도한 유통마진 수취 등 불공정 행위를 집중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공산품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부문별 경쟁 정도를 분석한 후 주무부처와 함께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분석 결과에 따라 담합 등 불법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가격 담합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