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코로나19 역학조사 때 '동선 누락'한 공무원 벌금 2000만원 확정

'집단감염 사태' 발생 장소 방문 사실 숨겨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건소의 역학조사 때 자신의 동선을 고의로 누락한 20대 공무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시설에 방문한 사실을 숨겼는데, 법정 최고 벌금형이 선고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7)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행정권한의 내부위임 및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라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행정안전부 산하 기관 소속 직원이었던 A씨는 2020년 11∼12월 종교시설인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와 대전의 한 교회에 다녀와 놓고도 역학조사 담당자에게 일부러 얘기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1년 1월 1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저녁 A씨는 보건소 역학조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확진 판명 전 동선에 대해 진술하면서 "BTJ열방센터는 2020년 11월 이전에만 방문했고, B 교회는 모르고, C 교회는 2020년 11월까지만 다녔다, 현재 다니는 교회는 대전에 있는 D 교회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BTJ열방센터에서 2020년 11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린 1박 2일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있었다. 또 B 교회를 알고 있었으며, B 교회에 2020년 11월 30일, 같은 해 12월 7일, 같은 달 14일에 방문했고, C 교회에도 2020년 12월 10일, 같은 달 17일 방문한 사실이 있었다.

A씨가 거짓 진술을 했을 당시 방역당국은 상주 BTJ열방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방문자 동선 추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검사는 A씨를 대전광역시가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한 혐의로 기소했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역학조사) 3항은 질병관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1호)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2호)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행위(3호)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반했을 경우 같은 법 제79조 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1심 법원은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지만, 법이 정한 최고액인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우리가 금세기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전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적·국민적 노력을 도외시한 것인 점,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로서 스스로의 동선을 더욱 분명하게 밝혔어야 할 피고인이 오히려 이를 숨김으로써 역학조사를 방해한 것은 그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BTJ열방센터를 통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점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2심에서 A씨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던 역학조사 담당자가 정식 역학조사관이 아니므로 조사 자체가 위법하고, 확진 14일 이전보다 앞선 동선에 관한 조사는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1심이 선고한 벌금 2000만원 형을 유지했다.

먼저 재판부는 A씨를 조사한 담당자가 역학조사반원으로 적법한 조사 자격을 갖고 있었다고 봤다.

당시 A씨에게 전화를 건 조사 담당자는 역학조사관으로 임명돼 수습역학조사관으로 배치명령을 받았지만, 법에서 정한 2년 과정의 역학조사관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하지 않아 역학조사관으로서의 적법한 자격을 갖추지는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관련 법령상 역학조사관 외에 역학조사반원도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데, 해당 담당자는 간호사이자 방역 및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대전광역시 유성구 보건소장으로부터 유성구 역학조사반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역학조사 대상과 관련 정부 대응지침에 '증상발생일, 환자동선, 감염원 및 감염경로, 증상발생일 14일 전 활동력(국내·외 활동력) 등'으로 기재돼 있다고 해서, 감염병 확진자의 동선 확인을 확진일이나 증상발생일 전 14일 이내로 제한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 또는 역학조사반원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감염병의 감염원인이나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감염병 확진자의 동선을 조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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