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고유가, 해외건설에는 호재?…원가율은 주의

중동 지역 분쟁으로 인해 고유가 장기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의 시선이 중동 시장에 쏠렸다. 유가가 오를 경우 중동 발주처의 자금이 넉넉해지면서 수주 기회가 늘어나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여파를 관리하면서도, 중동발 신규 수주를 통해 실적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해외건설협회는 중동건설전문지 MEED를 인용해 지난해 중동 건설시장에서의 계약액이 253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해외건설 역사상 최고치다. 특히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계약액이 2050억달러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협회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정 여건이 개선된 중동 산유국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발주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는 발주처의 점진적인 수익 개선과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발주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최근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90달러(이하 배럴당) 안팎으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국제유가는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갈등 격화가 유가를 자극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애널리스트들은 통상적인 오름세라기보다 중동 분쟁 리스크가 원유 선물가격에 선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장기화만 피하면 큰 무리는 없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추세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여기에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가 유가 상승세를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러시아의 감산이 오히려 유가를 오는 9월까지 100달러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유가에 힘입어 올해 중동 건설시장은 10%대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시장조사기업 IHS마킷(Markit)은 1월 발표에서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4.4% 성장한 14조4433억달러로 전망했다. 이 중 중동 건설시장은 10.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중동 건설시장에 잠재한 2조달러가 넘는 실행 전 단계(Pre-execution)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가 진출할 사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공종별로는 에너지·산업 부문이 8290억달러로 가장 많고, 건축(5410억달러), 발전·물(4270억달러), 교통(3610억달러) 등의 순이다. 국가별로는 사우디가 전체의 29%인 6304억달러로 사업 기회가 풍부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업계도 국내 주택시장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동 중심의 해외건설시장 공략에 분주하다. 이달 초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 수주 역사상 최대 규모 플랜트 사업을 따낸 가운데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 큰손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사우디 네옴을 비롯해 루와이스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사파니어 GOSP 프로젝트 수주를 노리고 있다. GS건설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대우건설은 이라크에서 수주에 나선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환율도 같이 오르면서 환차익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있으나, 사실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귀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딜리 가스플랜트 공단 전경 / 사진제공=GS건설

다만 업계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 분쟁 시 해당국과 인접국 영공이 막히는 등의 문제로 인력 이동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고유가가 원자재 가격과 금리를 자극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 중동 발주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와 별개로 신경 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 2위 국가인 사우디와 6위 UAE를 비롯해 중동 건설시장 전반에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선진기업과 파트너십, 현지화 정책 대응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인 재정 지출 전망과 이스라엘 전쟁 위험, 미국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대형 사업 발주 여력은 관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부동산부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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