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마케팅하던 나이키, 정작 장애인 선수에 '신발 한짝은 안판다'

15% 할인쿠폰 제안 받았으나 결국 거부
"장애인 마케팅 하려면 사업 뒷받침해야"

한쪽 다리가 없는 영국 패럴림픽 선수가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에 "운동화를 한 짝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이키가 패럴림픽 선수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도, 정작 상품을 판매할 때는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영국 패럴림픽 육상 선수 출신인 스테프 리드는 최근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최근 친구들이 신발을 한 짝만 신고, 다른 경기엔 경기용 의족을 단 나이키 매장 마네킹 사진을 보여줬다"며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후 그는 나이키에 연락해 '뻔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리드가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는데 신발을 한 짝만 사거나 왼쪽 신발만 두 짝 사는 게 가능한가"라고 묻자, 나이키 측 상담원은 "안 된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패럴림픽 출신 육상 선수 스테프 리드 [이미지출처=틱톡 캡처]

리드가 재차 "나이키 제품들은 비싸다. 내가 상품의 반만 사용할 수 있는데 비싼 돈을 줘야 한다는 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고 항의하자, 나이키 측은 "10% 할인 쿠폰을 증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리드는 "제안은 친절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신발 한 짝만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상담원은 15% 할인쿠폰까지 제안했지만, 리드는 끝내 거부했다. 상담원은 "윗선에 이 문제를 전달하겠다"고 답한 뒤 연락을 종료했다. 그러나 대화가 이뤄진 지 9일이 지났으나 나이키 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답변도 없다고 한다.

리드는 "다른 스포츠 브랜드도 제품 홍보에 의족으로 뛰는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라며 "이들에게 신발을 한 짝만 판매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대답은' 아니오'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이 다리가 없는 마네킹을 이용하는 건 환영"한다면서도 "이런 '포용적인 이미지'를 이용하려면 실제 비즈니스에서도 뒷받침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영상은 44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누리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패럴림픽 선수를 마케팅에 이용할 거면 신발 한 짝만 판매하는 걸 허용하는 게 당연하다", "할인 쿠폰 50% 외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나이키는 성명을 통해 "불만을 공유해 준 리드에게 감사하다. 나이키는 모든 운동선수를 대변하며 전 세계 수많은 장애인 선수와 연맹을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멤피스에 있는 당사 물류센터에서 단일 신발 재고를 선별해 한쪽만 제공하고 있다"라며 "향후 더 많은 지역으로 이 프로그램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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