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에 '손가락욕'…사과 않는데도 학교는 '교권침해 아냐'

학교, "학생 반성 중" 심의 결과 논란 일어
해당 교사 불안 장애 등으로 치료 진행 중

다툼을 중재하던 교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한 초등학생이 교권보호위원회에 회부됐으나 학교 측은 교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16일 대전교사노조·교육 당국은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가 지난해 12월 타 학급 학생 B군으로부터 손가락 욕설을 당했다고 전했다. 앞서 A씨는 B군이 욕설했다는 이유로 다투는 B군과 C군을 보고 이들을 복도로 불러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조심하자"라고 지도했다. 하지만 B군은 '욕설하지 않았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잠시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자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아이씨'라고 욕하며 교실로 들어간 뒤 교실에서도 동급생들이 보는 앞에서 A씨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설을 했다.

A씨는 관리자와 상담 교사에게 사안을 보고했고, 이후 교내 상담교사가 B군과 학부모를 만나 교사에게 사과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잘못한 게 없으니 사과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를 신청했지만, 학교 측은 '교권 침해 사안이 없다'는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선생님께 하면 안 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학생 스스로 반성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또 학교에서도 '이러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 이후 모욕감과 불안·수면장애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는 "반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했을 사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하면 안 될 행동임을 위원회가 인정하면서도 교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심의에 필요한 참고인의 진술을 듣지 않고 의결하는 등 사건 처분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교보위 업무가 교육지원청 등으로 이관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일선 학교에서 진행했다"며 "교사와 학생 측 주장이 전혀 달랐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A씨 측은 해당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심판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전교사노조 관계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존중하고 보호해 줘야 할 학교가 학생의 문제 행동을 명백히 파악했음에도 교사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며 "충남교육청이 학교에서 놓쳐버린 교권 보호를 제대로 실천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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