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지속에 중동 전운까지…은행 대출금리도 '들썩'

예상을 뛰어넘는 고(高)물가가 지속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이스라엘의 전쟁 위기 고조로 미 국채금리까지 튀어 오르면서 국내 은행 대출금리도 들썩거리고 있다.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정교히 반영한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26일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외벽에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표가 붙어 있다. 스트레스 DSR 제도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상승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올해 상반기까지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는 0.38%이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14~5.77%,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90~6.80%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고정형 금리는 3.05~5.73%, 변동형 금리는 4.01~6.84%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때 3%대 초반을 터치했던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보합세를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론 가계대출을 조정하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 조정이 꼽힌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일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를 0.10~0.30%포인트씩 인상한 바 있다.

하지만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차차 미뤄지고 있는 것 역시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지난해 9월(3.7%)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오는 6~7월께로 예상되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11월께로 늦춰진 상황이다. 국내 채권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잣대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1일 3.882%까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올 초부터 3.7~3.8% 안팎을 횡보하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 금리가 되는 코픽스 금리 역시 넉 달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그 폭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9%로 전월(3.62%) 대비 0.03%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지정학적 위기도 이런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보복 폭격을 단행하면서다. 아직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로 확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나 시장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오후 기준 4.55%까지 오르기도 했다.

월가에선 추가적인 채권 금리 상승을 점치기도 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매쿼리그룹 소속 글로벌 통화 및 금리 전략가 티에리 위즈먼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Fed 목표치 2%를 크게 상회하면서 시장에서는 물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75%까지 상승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이처럼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대출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연내 2~3회 금리 인하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미국 CPI가 계속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물가 지표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예측 시점이 미뤄지는 양상"이라면서 "금리가 횡보하고 있는 만큼 신규 대출자의 경우 일단 고정형 대출을 실행했다가 후일 금리가 내려가면 변동형 대출상품으로 대환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금융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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