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피' 비싼 제주 대신 동남아로 떠났다…손님 없는 韓 골프장

골프장 이용객 2022년 대비 286만명 감소
그린피, 카트피, 캐디피 급증 비용 증가 지적
해외골프여행 가능, 일본과 동남아 라운드 인기

"요즘은 수도권을 빼곤 부킹하기 쉬워졌어요." 골프산업이 위기다. 여러 곳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골프장과 용품사, 어패럴 등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효과도 사라지고 있다. 국내 골프계는 "우리의 실수로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하락세에 이어 침체기가 올 수도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골프장이 위기다. 내장객이 1년 전보다 286만명이나 줄어들었다.

작년부터 국내 골프장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국내 경기침체와 맞물려 골프장 이용객, 매출액, 입장수입, 이익 등이 떨어졌다. 특히 골프장의 내장객 수가 확 줄었다. 지난 8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KGBA)는 근심으로 가득한 보도 자료를 돌렸다. 2023 전국 골프장·이용객 현황이다. 조사 대상은 작년 한 해에 전국에 운영 중인 6홀 이상 522개 골프장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전국 522개 골프장에 내장객 4772만여명이 찾았다. 이는 2022년 5058만여명보다 5.7% 감소한 수치다. 1년 전보다 무려 286만명이 줄었다. 1홀당 평균이용객은 4610명으로 2022년 5006명에 비해 396명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제주도가 15%로 가장 감소폭이 컸다.

골프장은 그동안 코로나19의 특수를 누렸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떨어지는 야외 운동이라는 점이 힘을 받았다. 해외 골프를 나갈 수가 없게 돼 골프인구가 국내 골프장으로 몰렸다. 또 새롭게 골프를 시작하는 인구까지 폭증하면서 그야말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그린피에 카트피, 캐디피가 오르면서 골퍼들의 부담은 가중이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골프장의 장삿속을 받아들였다.

국내 골프장은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36만원 짜리 리무진 전동카트까지 선보였다.

골프장은 2018년까지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뤘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골프의 초과수요 현상이 발생해 이용료가 폭등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대중제의 그린피는 치솟았다. 주중은 2020년 5월 13만4000원에서 3년 사이 17만7000원까지 올랐다. 33.9%나 뛰었다. 토요일도 18만1000원에서 22만1000원까지 점프했다. 24.8% 상승률이다.

제주 지역의 하락세가 심한 편이다.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지난해는 순이익이 114.8%나 줄어들었다. 중국 관광객까지 사라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중엔 티타임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제주에서 A 골프장을 운영하는 대표이사는 "제주 골프장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러 방면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 대회를 유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도내 골프장 간 유치 경쟁이 심한 편이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지난해 중순부터 변화가 생겼다. 골퍼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경제적인 비용으로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골프도 즐기고 여행을 할 수 있는 패키지가 넘쳐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엔저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소 골프를 즐기는 아마고수 B 씨는 "말레이시아 골프장의 회원권을 구매했다. 가격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쇼골프는 일본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를 인수해 골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골프장을 매입하는 추세다. 쇼골프가 대표적이다. 일본 가고시마현의 사츠마골프&온천리조트 인수 이후 창립구좌는 지난 2월 마감됐다. 지난달부터 출시된 1차 구좌도 마감이 임박했다. 가고시마는 연평균 기온이 20도로 온화해 골프를 즐기기 좋은 곳이다. 잘 관리된 코스에서 라운드는 물론 온천욕까지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고객들을 위해 모든 안내문에 일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표기했고, 한국인 상주 직원까지 배치했다.

코로나19의 종식과 해외 골프여행의 활성화로 국내 골프장엔 비상이 걸렸다. 서울 근교와 수도권을 제외하곤 티타임을 채우는 것도 만만치 않게 됐다. 골프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골퍼들에게 문자로 다양한 이벤트와 그린피 인하의 알림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C 골프장은 지난해까지 부킹하기가 쉽지 않았다. ‘1000번 정도 전화를 걸어야 예약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 골프장은 지난달 고객 유치를 위해 2인 플레이를 허용했다. 팀 수를 채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국내 골프장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선 이용료 인하가 절실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0~2023년까지 골프장 매출 순증가액은 약 2조4863억원에 달했다. 578만 골퍼가 추가로 지출한 금액이 43만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골프장 1인당 사용료가 낮아질 경우 해외골프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골프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문화스포츠팀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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