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기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4수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데에는 젊은 층이 두꺼운 지역구를 전략적으로 파고들어 정권 심판 분위기를 절묘하게 활용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단 건 2011년 정치 입문 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표가 출마한 경기 화성을 지역은 더불어민주당 세가 강했던 곳으로 당선이 유력했던 공영운 민주당 후보(득표율 39.73%)를 2.68%P(포인트) 차이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개혁신당의 확장성 한계는 국회에 입성한 이 대표가 앞으로 마주해야 할 숙제다.
이 대표가 막판 역전극의 주인공이 된 건 지역구에 대한 정치공학적 분석이 적확했던 덕분이다. 이 대표는 2016년 20대 총선,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던 만큼 이번 경기 화성을 출마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개혁신당은 이 대표가 화성을을 선택한 이유를 '가장 젊은 지역구'에서 찾았다. 전체 유권자 중 만 39세 이하가 40%를 넘는 곳으로, 대표적인 젊은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 대표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유리하다는 분석이 작용했다.
물론 이 대표가 선거 기간 내내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니다. 당초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됐을 정도로 경쟁자였던 민주당 공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그는 그럴수록 선거 유세 때 절박함이 담긴 전력 질주를 했다. 이 대표는 동탄 지역 100개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를 돌거나 48시간 무박 유세 강행군도 이어가며 선거 운동을 주도했다. 이 대표의 부모까지 전면에 나서 총력전을 펼치자 유권자들은 이를 절박함, 절실함으로 받아들였다. 이 대표는 자신의 개인기도 가감 없이 발휘했다. 거대 여야 후보들과의 TV·라디오 토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달렸던 공 후보의 '아빠 찬스' 논란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기세를 몰았다.
'대권 주자 이준석'에 기대심리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모았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이 대권 주자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 대표 역시 이 같은 기대심리의 혜택을 일부 받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제22대 총선은 '정권 심판' 바람이 주효했던 만큼 이 대표의 '반윤'(반윤석열) 색채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2022년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던 중 성 상납 의혹에 휘말리며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정권에 의해 축출당했다'며 윤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 대표의 당선 일성 역시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였다. 이 대표는 "대승을 이끌었던 그 당의 대표였던 사람이 왜 당을 옮겨서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4수 끝 국회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그가 주도하는 개혁신당의 확장성 한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젠더 갈등'의 한복판에 서며 20대 남성들의 스피커 역할을 해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 당시의 '이준석 현상' 역시 이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의 반페미니즘 정서를 자극해 이들의 결집을 끌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반페미니즘' 정서를 십분 활용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전을 벌였다.
이렇다 보니 이 대표에 대한 20·30 여성 유권자들의 호감도는 낮은 편이다. KBS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30대 유권자 중 국민의힘 투표자의 개혁신당 지지율은 각각 9.8%, 8.2%로 나타났다. 40대 4.9%, 50대 3.9%, 60대 2.0%, 70세 이상 1.0%와 비교하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세가 상당히 높은 모습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매우 저조했다. 구체적으로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의 지지율은 13.7%였으나 여성 유권자의 지지율은 4.0%에 불과했다. 30대에서도 남성은 10.9%지만 여성은 4.8%로 집계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 대표의 당선 요인과 관련해 "화성을 지역구는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이 3선을 했던 지역인데, 이 의원의 조직을 많이 물려받은 게 이번 선거에서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물려받은 지역구 조직, 이 대표의 젊은 정치인 이미지, 가장 젊은 지역구라는 점이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이 대표의 대권가도와 관련해서는 "이 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진정성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스타일이나 패턴들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며 "전에는 쓴소리 일변도, 비판적인 직언파 정치인의 이미지였다면 앞으로는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지도자로 거듭나야 여러 문제를 극복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