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기자
8%대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 자금이 몰려 곤경에 처한 경북 경주의 동경주농협이 "파산이 우려된다"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재차 요청했다.
5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동경주농협은 최근 고금리 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해지를 호소하는 우편을 보내거나 웹사이트 공지글을 올렸다.
이 농협이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특별 판매한 연 8.2% 금리의 적금엔 약 9000억원이 몰렸다. 당초 목표액이었던 100억원을 훨씬 넘어섰지만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자산 1670억원의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1년 이자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해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2022년 12월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했지만 현재까지 계약금을 기준으로 약 2330억원이 남았다. 여기에 지급해야 할 총이자만 348억원에 이른다. 매년 5억~6억원의 흑자를 내는 구조를 지닌 동경주농협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동경주농협 측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남은 금액은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고 2024년은 적자 결산이 불 보듯 뻔해 존폐 갈림길에 섰다"며 "적금 계좌를 해지해주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호소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 문무대왕면지회도 호소문을 통해 "농협이 파산으로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지역 농민 조합원들"이라며 "농협 직원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겠지만 농민과 지역 농업을 생각해서라도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