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NASA '달 표준 시간' 만든다

달의 시계는 지구보다 24시간에 약 56마이크로초 빨라
현재 UTC 사용, 우주선끼리 시간 확인 안돼 '충돌' 우려도
"국제기구 및 아르테미스 협정 통한 국제적 합의 필요"

'달 표준 시간(Lunar Time Coordinated·LTC)'은 지구와 다른 시간 전개 방식을 가진 달의 표준 시간을 일컫는다. 달에서 극도의 정확도를 요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달에서는 정오(태양이 자오선을 통과하는 시각)부터 다음 정오가 되기까지 지구 시간으로 평균 29.5일이 걸린다.

중국이 지난해 10월26일 간쑤성의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17호를 발사체 '창정(長征)-2F 야오(遙)'에 실어 발사했다. [사진=베이징 AFP/연합뉴스]

달의 중력은 지구보다 6분의 1가량 약하기 때문에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라 달의 시계는 지구의 시계보다 빨리 가게 된다. 달의 시계는 24시간에 약 56마이크로초(μs : 100만분의 1초) 빨라진다는 의미다. 또 달의 자전 영향으로 시계를 놓은 장소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현재 달과 관련된 임무를 수행할 때는 197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협정세계시(Universal Time Coordinated·UTC)'를 표준으로 사용한다. 우주선에 탑재된 양방향 통신형 크로노미터와 지구에 있는 대형 심우주 안테나를 통해 확보한 신호를 UTC에 동기화하는 방법이다. 달 고유 시간보다 지구 표준시를 빌려 표준 시간으로 사용한다.

달에서 UTC를 표준으로 사용하면 소수의 우주선 등이 독립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는 효과적이지만, 달에 있는 우주선끼리는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달의 표면적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크지만 기지를 만들기 좋은 '명당'은 한정되기 때문에 이 구역에서 충돌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달 시간의 기준이 되는 표준시를 정하려면 우선 달에 적어도 3개의 마스터 원자시계를 설치하고 달에서의 자연스러운 시간 페이스를 파악해야 한다. 그 페이스를 알고리즘으로 정리해 보다 정확한 달의 가상시계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 중에 어떤 방식으로 달의 표준시를 정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달의 시간을 지구의 UTC에 맞추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달의 가상시간을 지구 UTC에 일정 간격으로 세팅시키는 방식인데, 지구에 있는 인간도 사용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달 가상시계를 달 자체 시간으로 만드는 방식도 있다. 지구와의 연락이 끊겨도 혼란스럽지 않고 항행이나 통신의 안전성은 유지되며, 화성 등 달보다 더 통신이 어려운 행성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는 게 이 방식의 장점이다. 다만 이 방식은 달의 일수와 지구의 일수의 차이를 어떻게 절충할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쏘아올린 달 착륙선 슬림(SLIM)이 당초 목표 착륙지점에서 동쪽으로 약 55m 떨어진 달 표면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월20일 슬림이 달 표면에 착륙한 모습. [사진=EPA-JAXA/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이 2026년까지 달 및 다른 천체를 위한 통일된 표준 시간을 만들 것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은 "표준 시간이 없을 경우 우주선 간 데이터 전송을 안전하게 보장하거나 지구와 달, 우주비행사 간 통신을 동기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LTC를 시행하는 방법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제기구 및 아르테미스 협정 등을 통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협정에는 3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달의 잠재적인 광물 자원뿐 아니라 화성 등 다른 곳으로 향하기 위한 거점으로서 달 기지의 중요성 덕분에 최근 미국과 중국 등 각국뿐 아니라 민간 기업들 또한 달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달에 우주선을 보낸 다섯 번째 국가가 됐으며, 인도는 지난해 달 남극 근처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최초의 국가가 됐다. 중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유인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것이 목표다. 나사는 2026년 9월 우주비행사의 달 재착륙, 2025년 9월에는 4명의 우주비행사가 달 주위 비행 후 복귀하는 임무를 추진하고 있다.

정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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