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정용진의 쇄신 인사…'이자보상배율' 뭐길래

⑬정용진 결단…주총 한주 뒤 전격 교체
1000원 벌어 9620원이 이자로 나가
부동산PF 확산에 건설사 유동성 악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첫 쇄신 인사로 신세계건설 대표를 전격 경질했다.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된 대표를 일주일 만에 경질한 것은 이례적인 결단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부실로 인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신세계건설의 재무안정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 경질 배경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무안정성 주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 자칫 한계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그룹 내 '재무통'인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이 새 대표로 내정되면서 향후 재무건전성이 얼마나 개선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총서 재선임된 대표 전격 경질…정용진 회장의 첫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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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건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했다. 허병훈 내정자는 내달 9일 열릴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이번 인사는 정용진 회장이 승진 이후 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첫 쇄신 인사다. 지난달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두영 대표의 3년 연임이 결정됐지만 이례적으로 주총 결의 일주일만에 이를 뒤엎고 새 대표를 임명한 것이다.

결단의 배경은 신세계건설의 심각한 실적부진과 유동성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878억원을 기록해 모기업인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지난해 부채비율이 951.79%를 기록해 전년 265.01% 대비 700% 가까이 치솟으며 재무건전성이 위험 수준에 놓였다.

이자보상배율 2년 연속 마이너스 기록…3년간 1배 미만시 한계기업

특히 기업 신용평가 등급산정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부채 상환능력을 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해당 지표가 1배 미만인 경우는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이 3년 이상 이어지면 기업은 이익창출이 불가능한 '한계기업'으로 평가돼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9.62배를 기록해 2022년 -6.73배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00원의 이익을 벌어들이는 동안 9620원이 이자로 나가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리스크가 부각되며 실적이 크게 나빠졌고, PF에 투입된 자금들의 이자비용이 재무건전성을 위협하는 악순환에 놓였다. 신세계건설의 영업외 이자비용 규모는 2022년 18억원에서 지난해 195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PF 손실과 경기악화 속에 신세계건설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주요 대기업 265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28%인 74개사의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 수는 2021년 26개사에서 2022년 55개사로, 지난해에는 74개사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을 기록한 기업들도 신세계건설 외에 태광산업(-20.2배), 현대미포조선(-12.1배), HJ중공업(-3.6배), 현대리바트(-2.6배), LG디스플레이(-2.5배), 이마트(-0.1배), 롯데쇼핑(0.9배) 등으로 집계됐다.

긴급 투입된 재무통 허병훈 내정자…유동성 위기 풀어내는게 관건

허병훈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신세계건설의 유동성위기 문제는 이제 새 구원투수로 전격 발탁된 허 내정자의 어깨에 달렸다.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리는 허 내정자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 미주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이후 2011년부터 호텔신라로 이동해 경영지원장 겸 CFO를 맡았고 2018년 7월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전략실 기획총괄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새 사령탑의 진두지휘 아래 신세계건설도 재무건전성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건설은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과 회사채 발행, 레저부문 양수도 등을 통해 상반기 도래하는 예정 자금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동안 낮아진 신용등급이 앞으로 회복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정기평가를 통해 신세계건설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한단계 낮은 'A-'로 하향조정했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공사원가 상승,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등으로 인한 대규모 영업손실과 PF 우발채무 리스크 증가 등을 평가요소로 삼았다"며 "분양 경기가 크게 저하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공사대금 회수 차질, 사업성 저하로 인한 손실 등의 부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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