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산모와 신생아 케어를 도와주는 산후조리원.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과 더불어 화장품·분유 업체, 스튜디오 등과 연계해 다양한 추가비용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몸조리하러 들어온 산후조리원인데,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서 육아용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미끼로 기념사진을 찍게 한 뒤 계약을 요구한다.
비교 분석을 위해 산후조리원 몇 곳을 방문해 봤다. 지역, 인테리어, 프로그램 등에 따라 2주 계약 기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건복지부의 산후조리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산후조리원의 2주 평균 이용료는(2022년 6월 기준) 약 320만원. 2주 평균 이용료의 최고가는 2500만원에 달한다.
상담받은 날 계약하거나, 대금을 현금으로 한 번에 결제하면 할인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의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 A씨는 "연계한 기업, 산부인과 할인이 들어가는 경우 등 이벤트가 있다. 결제 방식에 따라 정가보다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할인받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산후조리원마다 적용 규정이 다르고, 환불 등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산후조리원에 입실하면 아침, 점심, 저녁, 간식 등 기본 식사 뿐 아니라 신생아를 돌보는데 필요한 각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태열·아토피 관리(피부)교육, 목욕교육, 모유수유와 분유 관련 교육, 모빌 만들기 등이다. 탯줄 도장, 아기 사진 촬영, 아기 발도장 찍기, 탯줄 기념품 등 필수가 아닌 선택 항목들도 많은데, 육아 고민이 많은 산모들은 대부분의 교육에 참여하려고 한다.
문제는 교육이 끝나고 진행되는 '제품 팔기'다. 대부분 '조리원 제공가격'이 붙는다. 온라인에서 따로 구매하는 것 보다 비싼 경우도 있으며, 자칫하면 꼭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분위기에 휩쓸려 얼떨결에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 교육을 진행하는 이들이 전문 강사가 아닌 것도 문제다. 영업 사원이 교육을 진행하고 이후 제품을 설명하며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동대문구의 산후조리원 관계자 B씨는 "조리원 내 자체 교육이 쉽지 않다"며 "전문 강사를 초빙하면 조리원 가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체를 통해 무료교육을 하고 제품도 소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산후마사지도 거액의 돈이 들어갈 수 있다. 체형교정, 등, 하체, 복부, 전신 디톡스 등 다양하게 구성된 마사지는 10회 기준 1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현금결제 조건이면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결국 처음에 계획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빼지 않으면 부기가 그대로 살이 된다"는 등의 꾐 역시 산모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스튜디오와 연계해 무료로 촬영해주는 만삭사진, 신생아 사진, 50일 사진도 추가 결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본 사진값, 동영상 제작을 빌미로 계약을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산모 김유진(36)은 "신생아 때 찍은 사진이라 추억으로 남겨놓고 싶은데 20만원을 추가로 내라고 하더라"라며 "고민 끝에 서비스 제품만 받겠다고 했다니 원본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사진 선택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관련해 진작 말을 해줬더라면 '무료'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고 지인에게 부탁했을 것"이라고 했다.
산후조리원협회 관계자는 산후조리원 내에서 이뤄지는 영업에 대해 "자유시장이기에 산후조리원에서 무엇을 판매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산모들 대부분이 산후조리원을 가길 원하지만, 추가 비용 때문에 부담감이 클 것"이라며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한데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산후조리원 추가 지출 마케팅이 활개를 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후조리원은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줘야 하며, 필수와 선택 사항에 대한 세부 정보도 홈페이지 등에 정확히 고지하고 금액을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