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에 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난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한국의 발전에 관심이 많고 한국에 갖고 있는 재산도 있습니다. 좋은 정책을 펼칠 당에 한 표를 행사하려고 아침부터 나왔습니다."
27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께 주 뉴욕 대한민국 총영사관. 미국으로 이민 와 뉴욕 웨체스터에 32년가량 살고 있다는 이명수씨(79)는 부인과 함께 아침부터 투표소로 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재외국민 투표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2009년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이후로 대선뿐 아니라 총선까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투표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은 다음달 10일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 첫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재외국민 투표소가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 이후 8년 만에 재개된 국회의원 선거 재외 투표다. 투표소가 설치된 주 뉴욕 총영사관은 한산한 편이었다. 8시 투표 개시 후 두 시간 동안 60명가량이 투표를 하고 갔다. 캘리포니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연수를 온 배세영씨(23)는 "뉴욕 여행 중이지만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건너뛸 수 없어 미리 투표를 신청했다"며 "투표권이 생긴 이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국민의 의무를 행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주 뉴욕 총영사관을 시작으로 29일부터는 베이사이드, 뉴저지 한인 밀집 지역인 팰리세이드 파크와 테너플라이에 재외투표소가 문을 연다. 다음달 1일까지 엿새간 재외투표가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뉴욕 선거 관할 지역에서 재외 선거권자는 약 8만1000명이다. 이 중 투표를 신청해 명부에 사전 등록된 유권자는 5178명이다. 뉴욕 선거구 재외 선거권자의 6.4%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재외투표에서도 대선 대비 투표자 수가 현저히 적다. 다만 팬데믹으로 재외투표가 실시되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마지막 총선 재외투표가 있었던 2016년 국외부재자·재외선거인 신고·신청자가 4% 안팎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소폭 늘었다.
김수진 주 뉴욕 총영사관 재외선거관은 "일반적으로 대선보다는 총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직전인 8년 전 총선보다는 명부 등재자 비율이 늘었다.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다음달 1일까지 실시되는 재외투표는 전 세계 115개국(178개 재외공관) 220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실시된다. 재외 유권자는 지난 11일 기준 14만798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