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약 2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 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90%에 이르는 등 전체 영업이익 하락세를 주도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 25일까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4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506조1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2543조6015억원)과 비교해 1.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해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이익은 104조7081억원으로, 전년(141조2024억원)과 비교해 25.8% 줄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2022년(43조3766억원) 대비 84.9%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조8094억원의 영업 흑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호황을 누렸던 HMM도 지난해 영업익이 94.1% 급감했다. 이밖에 GS칼텍스(57.7%↓), SK에너지(84.3%↓), HD현대오일뱅크(77.9%↓), 에쓰오일(60.2%↓), 대한항공(36.8%↓) 등도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지난해 3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며 영업적자 규모를 2022년 32조6552억원에서 지난해 4조5416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4.0% 늘어난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60.5% 증가한 11조6079억원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26조7348억원)은 삼성전자의 4배를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전체 18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IT 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 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5203억원으로, 2022년(59조986억원)에 비해 89.0%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해 TV, 생활가전 등의 판매 부진이 심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유화학의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컸다. 2022년 23조7755억원에 달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조897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도 65.3% 줄어든 5조8873억원에 그쳤다. 이 밖에 철강(41.6%↓), 건설·건자재(15.9%↓), 제약(42.6%↓) 등도 영업이익이 1조원 넘게 줄었다.
반면 2022년 30조4651억원의 적자를 냈던 공기업은 지난해 2조4741억원의 적자를 내며 손실 폭을 크게 줄였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지난해 영업익은 34조2067억원으로, 2022년(22조718억원) 대비 55.0% 증가했다. 조선·기계·설비(316.3%↑), 유통(5.2%↑), 통신(0.4%↑) 등도 영업이익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