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우주에서 지상의 동물 관찰하는 이유

NASA, 동물 인터넷 지원해 기후 변화 관찰
ICARUS 프로젝트, 러시아 우주정거장 대신 미국과 협력

지난 3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World Wildlife Day)’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세계 야생동식물의 날을 맞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여러 장의 동물 관련 사진을 올리며 관련 연구를 소개했다. NASA가 왜 동물을 연구할까 싶지만,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확보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환경과 생태계 변화의 관찰은 물론 기후 변화에 대한 힌트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동물은 사람이 감지하거나 예상할 수 없는 지진 등 특별한 자연 현상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해 왔다. 19세기에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데리고 작업을 했다.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가스 경고를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처럼 동물의 특별한 능력이나 동물의 이동 경로 등을 첨단 기술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바로 '동물 인터넷'(Internet of Animal)이다.

과학자들은 동물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한다. 이를 통해 조류 독감과 같은 질병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거나 서식지의 관리 및 보존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동물의 이동 경로와 지구관측 정보를 결합하면 정보의 수준은 크게 향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뱀상어(Tiger Shark)다. 해양생물학자 오스틴 갤러거는 지난 2016년 대서양의 바하마제도 인근에서 뱀상어에 위성 송신기를 부착해 추적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뱀상어들이 해안선을 벗어나 쿠바 쪽으로 뻗어 있는 두 개의 해저 언덕으로 이동하는 현상이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이곳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광범위한 해초 서식지였다. 먹잇감이 많다 보니 뱀상어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덕분에 인간이 파악하고 있던 해초 지대의 총면적이 40%나 늘어났다. 지상의 숲도 중요하지만, 해초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해초는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면서 광합성을 통해 육상 식물보다 탄소를 최대 수십 배나 빠르게 포집할 수 있다. 해초지대를 늘리면 탄소를 축소해 지구온난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복잡한 탄소 포집 기술 개발보다 해초를 확대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일 수도 있는 이유다. LG화학도 여수 바닷속에 탄소를 흡수하는 해초 서식지 복원에 나선 바 있다.

(좌측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리, 스컹크, 매너티, 악어 등 GPS 수신창치를 달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 사진=나사

NASA도 동물 인터넷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NASA는 동물 인터넷을 위한 5개년 프로젝트도 가동했다. NASA는 동물 원격 측정 데이터와 지구 관측 자료를 결합해 과학자들이 식량, 기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우주선을 발사하고 먼 우주의 천체를 관측하는 NASA가 지구 원격 감지 데이터를 사용해 비버 서식지 복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관찰하는 이유다.

기술 발전으로 우주에서 동물을 관측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생겨났다. 우주 기반 동물 추적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과 맞물려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우주에서 동물 생태를 관찰하는 ‘이카루스(ICARUS)’ 프로젝트다.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데이터 송수신기가 동물에 부착된 송신기에서 보내온 신호를 추적해 46종의 동물의 행동을 추적했다. 이카루스 프로젝트는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을 사용한 이유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단됐다.

이에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의 마틴 비켈스키 소장팀은 더 작고 저렴한 센서를 개발했고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Cubesat)으로 신호를 수신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수정했다. NASA도 큐브샛을 통한 동물 인터넷에 동참했다. 이미 실험 위성이 발사됐고 큐브샛들은 동물들이 보내온 데이터를 수신하고 있다. 동물들이 보내온 정보를 추적하는 곳은 과거 로켓 엔진을 개발하던 NASA 제트추진연구소다.

이카루스 프로젝트가 2021년 3월 부터 11월까지 다양한 동물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확보한 정보로 만든 세계지도. 자료=막스플랑크동물행동연구소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 연구소 측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생태계와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동물이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동물 인터넷 구현을 목표로 한다. 비켈스키 소장은 "우리는 이전보다 지구를 살펴볼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물고기, 새, 물개, 여러 육상 동물에 정교한 센서를 장착하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NASA도 우주기술과 동물 인터넷의 결합을 통한 지구관측을 통해 환경이 동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러한 관계가 미래에 지구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NASA의 지원으로 더 많은 큐브샛이 발사되면 연구의 폭과 깊이도 커질 전망이다. 두 번째 큐브샛 수신기는 올해, 세 번째 큐브샛은 내년에 발사될 예정이다.

산업IT부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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