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부처]④'반도체 벨트' 대혼전…개혁신당 운명 달려

수원·용인·화성 등 13개 선거구 접전
2030 표심, 핵심 공약 제시 여부 관건

경기도 수원·화성·용인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반도체 벨트'는 4·10 총선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기업이 밀집해 있는 반도체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표심이 두터운 곳이다. 다만 지난 총선에서 후보 간 득표 차이가 10%포인트 안팎이어서 민주당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22대 총선에선 거대 양당과 함께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까지 가세하며 판이 더 커졌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 반도체 벨트 주요 3개 지역(수원·용인·화성) 12개 선거구 중 용인갑을 제외한 11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올해 선거에서 화성시 선거구가 기존 갑·을·병에서 화성시갑·을·병·정 4개 지역구로 분구돼 '반도체 벨트 선거구'는 총 13곳이 됐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5개 지역구에서 모두 승리했다. 다만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오차 범위 내로 바짝 추격하며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화성과 용인은 제3지대 정당의 약진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이준석 대표가 화성을, 이원욱 의원이 화성정, 양향자 원내대표가 용인갑에 출사표를 던지며 다자구도를 이뤘다.

경기 남부 요충지 수원…민심 향배 바로미터

수원은 경기 남부의 요충지다. 우선 수원병이 주목된다. 국민의힘에선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전략 공천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역 김영진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출신과 친명(친 이재명)계 핵심 의원이 대리전을 치르는 셈이다. 최근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11~14일 지역구 5곳에 각각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여명을 상대로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전화 조사에서 김 후보(44%)가 방 후보(35%)를 9% 포인트 차로 앞섰다. 다만 지난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4.4%p)에서는 김 후보 44.3%, 방 후보 42.1%로 집계돼 오차범위 내 접전을 기록하며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수원정은 삼성디지털시티와 광교신도시가 집약된 곳으로 2030세대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민주당 후보 김준혁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와 국민의힘 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가 맞붙었다. 두 후보 역시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11~12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김준혁 후보 43.4%, 이수정 후보 40.6%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1호 영입인재로 이 후보를 강력 추천한 만큼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수원정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인구 100만명 용인…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주목

인구 100만명이 넘는 용인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지역이다. 현재 의원직이 공석인 용인갑이 주목된다. 민주당에서는 이상식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국민의힘에서는 검사 출신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출마한다. 개혁신당은 광주 서구을 현역 의원인 양향자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JTBC가 3월11~12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성인 남녀 502명 대상) 이상식 43%, 이원모 30%, 양향자 4% 순으로 집계됐다.

이상식 후보의 강점은 튼튼한 지역 기반을 꼽을 수 있다. 그는 2022년 용인시장 경선 탈락 후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기반을 다져왔다. 그만큼 지역 사정에 밝고, 인적 네트워크가 단단하다. 그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원모 후보는 집권여당 소속으로서 공약 실천을 위한 정부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는 남사·이동읍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기착공, 경기 광주~남사 구간 경강선 연장선 신설 등 지역 발전에 행정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거대 양당에 대결하는 양 후보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21대 국회에서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을 맡는 등 반도체 산업 발전을 몸소 입증한 인물이다. 그는 처인 반도체 특화단지 착공 2025년, 가동 2028년으로 약 3년 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TSMC·엔비디아·ASML 등 반도체 글로벌 기업 유치도 추진한다. 용인정에서는 민주당으로 복당한 이언주 후보의 국회 재입성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국민의힘에서는 영입인재 1호인 강철호 전 현대로보틱스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왼쪽부터)제22대 총선 용인갑 이상식 민주당 후보,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

화성을 현대차 ·삼성맨·이준석 빅매치

화성을은 반도체 벨트의 핵심지역으로 일찌감치 빅매치를 예고한 지역이다. 민주당에선 공영운 전 현대차 사장, 국민의힘에선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을 각각 공천했다. 개혁신당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출마해 삼자구도를 형성했다. 화성을의 특징은 유권자 평균 나이가 34.7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라는 점이다. 인근 동탄2신도시 2030세대 표심을 잡는 게 관건이다. 이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12년 동안 수성에 성공했다. 최근 인천일보·경인방송이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지지율 조사(15일~16일 화성을 유권자 503명으로 대상으로 ARS 방식)에 따르면 공 후보 46.2%, 이 후보 23.1%, 한 후보 20.1%를 각각 기록했다. 공 후보가 2위인 이 후보를 20%포인트 넘게 앞서고 있다.

세 후보의 강점은 각각 다르다. 공 후보는 주요 기업에서 사장으로 경영을 이끌었던 경험이 특징이다. 그는 공약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와 자동차 산업의 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풍부한 정치 경험과 중앙 정치에서의 막강한 스피커를 장점으로 꼽았다. 여당 당대표를 지냈고, 개혁신당을 이끌고 있는 경험을 통해 지역 이슈를 중앙으로 끌어내겠다는 포부다. 한 후보는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연구원 출신으로 전문가다. 그는 동탄에서만 실제 10년을 거주한 지역인이다. 지역의 사소한 문제점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화성정 지역도 격전지로 거론된다. 개혁신당 소속 3선 현역 이원욱 의원이 민주당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과 3파전을 펼친다.

(왼쪽부터) 22대 총선 화성을 민주당 공영운 후보,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정치부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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