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최고경영자(CEO)가 화석연료 수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며 단계적으로 석유를 퇴출한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자칫 에너지 전환 정책을 서두르다간 현실과의 차이로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CEO는 18일(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S&P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에너지 전환 전략은 어려운 현실과 충돌하면서 대부분 눈에 띄게 실패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 전략 재설정이 시급하다"면서 "석유와 가스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환상은 버리고 현실적인 수요를 적절히 반영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세르 CEO의 발언 직후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동의를 표했다.
지난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석유, 가스, 석탄 수요가 2030년 정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세르 CEO는 이러한 관측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IEA가 미국, 유럽의 수요뿐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세르 CEO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가 9조50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대체에너지원이 기존 탄소연료를 대체할 수 없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풍력, 태양광이 현재 세계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미만에 그친다. 전기자동차 보급률 역시 3% 미만이다. 그는 "탄소연료의 비중은 21세기 들어 83%에서 80%로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석유 수요는 하루 1억배럴 증가했고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짚었다.
나세르 CEO는 "이는 일부 사람들이 그려왔던 미래의 그림이 아니다"면서 "그들조차도 석유, 가스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외 석유, 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지난 15년간 효율성 개선만으로 하루 9000만배럴 상당의 에너지 수요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풍력, 태양광은 1500만배럴을 대체했다. 그는 "적절한 인프라를 갖춘 새 에너지원과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른 대표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페트로브라스의 장 폴 프레이츠 CEO는 "서둘러서 일이 잘못되면 결코 잊지 못할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드사이드 에너지의 멕 오닐 CEO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부정할 수 없고, 불가피하다"면서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재배치"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