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차대전 근접' 대선 압승한 ‘차르’ 푸틴, 서방에 경고

러시아 대선에서 압승하며 5선을 확정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서방을 향해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충돌은 세계 3차대전에 근접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 마련된 자신의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나토 군사동맹간 충돌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 일은 세계 3차대전의 전면적인 발발에서 한 걸음 떨어진 것"이라며 "누구도 이런 일에 관심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영어, 프랑스어가 쓰이는 것을 들었다면서 나토 군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그곳에서 죽어가고 있다. 많은 수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그들에게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파리올림픽 기간에 맞춰 휴전하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대해서는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것이란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계속 말했지만, 우리는 평화 협상 준비가 돼 있다"며 "그들이 1년 반에서 2년간 재무장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정말 두 국가 사이에 평화롭고 좋은 이웃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지역을 점령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우크라이나 지역에 완충지대(sanitary zone)를 만들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오늘날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염두에 둘 때,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의 영토에 특정 완충지대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해당 구역은 외국산 무기가 러시아 영토에 닿을 수 없을 만큼 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정적’인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는 세상을 떠났다.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평가받아온 나발니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 지난달 16일 갑자기 사망했고, 이에 서방을 중심으로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을 의식한 듯 "교정시설에서 사람들이 사망한 경우가 있다"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를 ‘나발니씨’로 칭하면서 사망 직전 수감자 교환으로 석방될 수 있었다는 나발니 측근 마리아 페브치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도 인정했다. 그는 "나발니씨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 정부 구성원이 아닌 동료들이 나에게 나발니씨를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과 교환하려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며 "나는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간 나발니를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칭해왔던 푸틴 대통령이 이날 나발니의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17일 정오 투표소에 나오자며 시위를 촉구한 것에 대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투표를 촉구한 것은 칭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인지를 묻는 미국 NBC방송의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소송을 언급하며 "우스꽝스럽다. 미국은 물론, 소위 말하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도 세계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은 이날 종료된 러시아 대선에서 87% 이상을 득표하며 5선을 확정 지었다. 직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더 강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면서 "러시아 권력의 원천은 러시아 국민이다. 러시아인의 의지를 외부에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총리 시절을 포함해 2000년부터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하게 된다. 이는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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