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은 국회의원을, 미국과 독일은 소방관을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의식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직능연)은 지난해 7~8월 5개국의 18~64세 취업자 각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직업의식 및 직업윤리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산직, 서비스직, 사무관리직, 전문직 등 직종별로 대표직업 15개를 선정해 각 직업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사회적 지위'를 5점 척도(매우 낮다 '1점'∼매우 높다 '5점')로 매기도록 했다.
선정된 15개 직업은 국회의원, 약사, 중고등학교 교사, 중소기업 간부사원, 기계공학엔지니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은행 사무직원, 공장 근로자, 음식점 종업원, 건설일용 근로자, 사회복지사, 소방관, 인공지능 전문가, 영화감독, 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다. 조사 결과, 국가별로 직업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의원이 4.16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약사(3.83점), 인공지능전문가(3.67점) 등의 순이었다. 건설일용 근로자, 음식점 종업원, 공장 근로자는 하위권에 속했으며, 소방관도 11위에 머물렀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1위였다. 일본은 약사, 중국은 영화감독이 2위에 올랐다. 반면 미국과 독일 양국은 모두 소방관이 1위를 차지했다. 두 나라에서의 2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국회의원의 경우 미국에서는 12위, 독일에선 10위로 하위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드러난 특이점은 직업별 점수 격차가 컸다는 것이다. 1위 국회의원과 최하위 건설일용 근로자(1.86점)의 격차가 2.30점에 달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1위와 15위의 격차가 각각 0.92점, 0.93점이었다. 보고서는 "직업 위세 격차가 미국, 일본, 독일은 작고, 중국은 중간 수준이며, 한국은 두드러지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사회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업 귀천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직업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문항에 대한 점수는 미국이 3.37점으로 가장 높았고, 독일 3.31점, 중국 3.08점, 한국 2.79점, 일본 2.68점 순이었다. 보고서는 이는 한국과 일본 취업자들이 낮은 직업 자존감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