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21대 국회에서 모·부성 보호 관련해 제출된 법안 220건 중 처리율은 3.2%(7건)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지난해 저출생과 관련해 개정한 법안은 0건이었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1대 국회의 임신·출산·육아·가족 돌봄과 관련된 모·부성 보호제도 법안 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모부성보호 관련 발의안 220건 중 개정된 법안은 7건(3.2%)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남녀고용평등법 법안 발의 137건 중 통과된 개정안 3건 ▲근로기준법 법안 발의 30건 중 통과된 개정안 1건 ▲고용보험법 법안 발의 53건 중 통과된 개정안 3건이다.
병합 심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대안이 반영돼 폐기된 법안 21건을 포함해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된 저출생 관련 법안은 총 28건으로 12.7%에 그친다. 특히 지난해에는 단 1건도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별로 법안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180건 중 돌봄 등 저출생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137건이다. 이 중 회기 내 처리된 18건에서 15건이 대안 반영 폐기됐고 원안으로 가결된 법안은 3건(2.1%)에 불과했다.
통과된 법안은 ▲대규모 재난 등의 상황에서 가족 돌봄 휴가 기간 연장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 현행 1회에서 2회로 확대 ▲고용상 성차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임신기 여성 근로자 육아휴직 사용 보장이다.
근로기준법은 저출생 관련 개정안 30건 중 ▲임신 중 여성 근로자가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의 변경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허용하도록 하고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1건(3.3%)만 개정됐다.
고용보험법도 저출생 관련 개정안 53건 중 8건이 처리됐으며 이 중 5건은 대안 반영 폐기됐고, 3건(5.7%)만 개정됐다. 개정 사항은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출산 전후 휴가 기간 중 계약기간 만료 시 남은 휴가 기간에 대한 출산 전후 급여 지급 ▲예술인 및 노무 제공자 출산 전후 급여 지급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유산·사산 휴가 기간 중 계약기간 만료 시 남은 휴가 기간에 대한 유산·사산 휴가 급여 지급 등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출산 때 부모 모두 1개월 유급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 210만원으로 인상 등을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도 도입과 비정규직 여성 출산휴가 보장제 등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그럴싸한 공약을 제시한 뒤 국회에 입성하면 '의석수가 모자라다' 등의 핑계와 정쟁으로 공약을 내팽개치는 일이 반복되는 사이, 저출생 문제는 기약 없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저출생 공약이 선거 슬로건으로만 소비된다는 의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