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범죄를 통해 본 2024년 대한민국

최근 들어 유독 강력범죄가 잦아졌다. 지난해 7~8월 사이만 해도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범죄가 여러 건이었다. 먼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얼마 안 있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최원종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후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난동을 벌였다. 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생태공원 등산로에서 최윤종은 출근하던 30대 여교사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폭행하고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그뿐만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죄를 저지르겠다며 살인 예고글을 게시했다. 강력범죄가 하나의 사회적 유행이 돼 버린 셈이다.

정재민 변호사가 지은 저서 '범죄사회'에서는 범죄와 관련된 모든 사회 현상을 다루고 있다. 정 변호사는 범죄를 '우리 사회의 이야기'로 지칭한다. 범죄도 개인들 간 일어나는 일이지만 범죄 피해자의 삶, 정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한다고 설명한다. 정의의 문제는 처벌로 연결된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형량에 대한 불만이 크다. 판사들이 범죄자들에게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애초에 피고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판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검사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범죄를 소명해야 한다. 아울러 법정형 자체가 낮다는 문제도 있다. 판사 개개인이라도 일관되게 판결을 내려야 한다. 그 가이드라인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법정형을 상향하는 등 제도의 개선이라는 지적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도 짚어본다. 정 변호사는 범죄를 일으키는 사회적 환경으로 '경제'를 지목한다. 소말리아에서는 해적이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무정부 상태로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을 겪는 소말리아 사람들은 외국 선박을 나포해 몸값을 받는 것밖에 돈 버는 방법이 없다. 경제적 환경 뒤에도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책은 '간병 살인'을 예시로 든다. 간병 살인의 이유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다. 하지만 그 뒤를 보면 고령화, 청년 실업, 돌봄의 개인화 등 문제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내 사회를 휩쓴 논의는 사형제 부활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형제가 있지만 1997년 이후 사형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사형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사형이 범죄 억제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형 당할 것을 생각하면 우발 범죄는 몰라도 계획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형이 함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존재한다. 사형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사형을 선고하고 20시간 만에 사형을 실시한 인민혁명당 사건을 언급하지만, 이는 독재 등 국가권력 구조의 문제지, 사형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왜 범죄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까? '사는 듯 살기 위해서'라고 정 변호사는 말한다. 사는 듯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정 변호사도 딱 떨어지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편안하게 대화할 때, 가족과 집에서 웃을 때, 어떤 글을 남기는 것이 사는 듯 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범죄를 두려워하고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고 쉬쉬할수록 우리는 사는 듯 살지 못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범죄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범죄사회 | 정재민 지음 | 창비 | 300쪽 | 1만8000원

정치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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