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초등학생에게 피멍이 들도록 체벌한 교사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체벌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는 체벌해도 된다"라고 말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4일 JTBC ‘사건반장’에서는 피해 아동의 학부모 A씨와 진행한 인터뷰를 방송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A씨는 교사인 40대 남성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교사인 B씨가 지난 1년 동안 몽둥이로 학생들을 때리거나 엎드려 뻗치게 하는 등의 체벌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체벌 사실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절대 얘기하지 말라"라고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 당시 A씨는 다른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담임 선생님한테 맞았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자녀의 체벌 사실을 알게 되었다. B씨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거론하며 "이제 교사가 학생을 때려도 된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나는 내년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니까 고발해도 상관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가 전화로 항의하자, B씨는 "깨닫게 하려고 때렸고 맞을만해서 때렸다"며 "신고하려면 신고해라"라고 맞받아쳤다. 지난해 12월 27일 이 사건이 보도된 후 3주 뒤에야 학부모에게 연락한 B씨는 "통화 당시 너무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이나 했다고 말하며 죄송하고 용서해 달라"라고 사과했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법적으로 선처를 받기 위해 반성문을 쓴 것 같다"며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반성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A씨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지만, 진전이 없다"면서 "벌을 요구하는 탄원서와 진정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담당 검사가 바뀐 뒤로는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B씨가 교사노동조합과 인권센터에 진정서를 넣고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보면 시간을 끌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명백하게 아동학대가 맞고 힘없는 아이들한테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행동한 것에 대해 선생님이 꼭 구속돼서 반성하길 바란다"라며 "처벌을 받은 이후에는 교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2011년, 도구와 손발을 이용한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제정되어 법적으론 체벌이 일부 금지됐다. 2015년에 '아동복지법'도 개정돼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가 명시됐다. 그러나 체벌은 국내 학교와 공교육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늘 학교 안에 있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겉으로 드러난 양상이나 경향이 조금 달라졌을지언정 '교사의 판단에 따라 학생에게 벌을 줄 수 있다'라는 전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2020년 2월 실시한 '제2차 서울 학생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에 대한 폭력이 발생한다는 응답률이 초·중·고 모두에서 15% 이상을 기록했다. 서울시 외 다른 지역의 학생 인권 실태조사 결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교사가 혼자 판단해서 학생을 벌 줄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해당 행위로 인한 귀책으로부터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8월 말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이하 학생생활지도 고시)는 '물리적 제지'라는 단어로 학생에 대한 교사의 물리력 행사를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긴급한 경우'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구체적이지 못하고 임의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해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긴급성의 정도 또한 교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훈육의 일종으로 '과제 부과'를 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소위 '깜지 쓰기' 등의 체벌이 다시 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