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3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영상을 찍은 우크라이나 여성 모델에게 러시아 당국이 국제 수배령을 내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더선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국적 모델 롤리타 보그다노바(24)가 러시아 출국 금지와 국제 수배령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3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있는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상의를 들어 올려 가슴을 노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1561년 지어진 성 바실리 대성당은 게임 '테트리스'의 배경화면으로 잘 알려진 모스크바의 상징적 건물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보그다노바의 노출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은 동방교회에서 공경받는 바실리오 성인을 모시는 신성한 교회 앞에서 그가 불경스러운 행위를 한 데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 보그다노바는 노출 영상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과하면서도 "해당 영상은 몇 년 전에 촬영됐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좀처럼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급기야 러시아 당국은 보그다노바에게 러시아 출국 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보그다노바는 완전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러시아를 떠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한 뒤에야 구금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미국 등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이미 그가 미국으로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일 러시아 당국은 "여전히 문제의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보그다노바에 대한 국제 수배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보그다노바의 정확한 혐의는 공개하지 않은 채 '범죄 혐의'로 국제 수배령을 내린다고만 했다. 외신들은 "해당 영상이 최근 다시 확신하면서 러시아 당국의 분노를 촉발했으며, 이 때문에 보그다노바에 대한 수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는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 이후 불거진 비난 여론 등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