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노무사 대신 사무장이 산재 처리… 줄줄 새는 산재보험금

고용부 '산재 카르텔' 감사 결과 발표
부정수급 486건 적발…총 113억 규모

근로자 A씨는 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보상금으로 48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감사에서 A씨의 산재 신청업무를 대리한 B노무법인이 보상금의 30%에 달하는 1500만원을 수임료로 받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노무법인은 A씨에게 병원 소개, 진단 비용 대납 등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높은 수임료를 받아 챙겼다.

재해자 C씨는 근골 산재 신청을 변호사 사무소에 맡겼다. 하지만 산재소송 과정에서 담당 변호사 대신 권한이 없는 사무장이 업무를 단독 수행했다. C씨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를 만난 적이 없었다"며 "모든 업무를 사무장이 도맡고 산재 보상 후 수임료도 사무장이 받아 갔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과 각종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11~12월 산하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을 중점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벌였고, 최근 2주간 산재 브로커(사무장) 개입이 의심되는 일부 노무법인에 대한 추가 점검을 마쳤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사진출처:고용노동부)

고용부 감사 결과 일부 노무법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진단 비용 대납, 각종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환자를 특정병원으로 유인하고, 이러한 영업행위를 통해 기업형으로 연간 1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해 환자가 받을 산재 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노무사나 변호사가 업무처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사무장이 산재 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후 수임료도 사무장 통장으로 수수하기도 했다. 고용부는 해당 위법 정황과 부정 사례에 대해 수사 의뢰, 환수 등 모든 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조치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를 수사 의뢰했다"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재 보험금 부정수급 의심 사례 883건을 조사해 486건(55%)의 문제를 적발했다. 이렇게 적발한 부정수급액은 113억2500만원에 달했다.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이다.

고용부는 산재보험 제도 관리의 허점을 메울 제도 보완에도 나설 계획이다. 우선추정의 원칙 관련 위임근거를 정비하고, 일명 나이롱환자에 대해서는 표준요양기간 등을 통해 통제를 강화한다. 방만한 병원 운영 등 혁신이 부족한 공단을 대상으로는 조직진단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사항들에 대해 수사기관과 협조해 산재 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며 “지난달 30일 발족한 ‘산재보상제도개선 전담팀(TF)’을 통해 다방면의 외부 전문가들과 깊이 있게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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