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삼성 계열사들이 노조를 와해시키려 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노조가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10개월 만이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장판사 정현석)는 금속노조가 삼성전자 등 4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공동 1억원, 삼성물산 등은 공동 3000만원의 배상금과 이에 따른 지연이자를 각각 지급할 것을 명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등 일부 피고에 대해서는 노조의 손배소 청구를 기각했다.
이른바 ‘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에서 노사업무를 총괄하던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이 2011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금속노조 삼성지회 에버랜드 노조 설립·활동을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2019년 12월 위 사건 1심에서 강 전 부사장 등이 유죄를 선고받자, 금속노조는 2020년 4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삼성물산 등 계열사 및 관련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초 대한민국 정부를 포함해 피고인이 100명에 달했으나,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일부 소 취하가 이뤄지면서 피고인 수가 41명으로 줄었다.
금속노조는 이날 판결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삼성 노조파괴 사건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 경총 등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형사에 이어 민사에서도 삼성그룹 차원의 노조파괴에 대한 범죄 사실을 확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노조는 "법원은 원고 금속노조가 제기한 청구액 전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 감액해 범죄의 심각성을 덜어냈다"라며 "법원이 노조파괴 범죄에 대해 여전히 관대하고, 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유감의 입장"이라고 이번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