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러시아 의회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군인들과 사실혼 관계를 가진 동거인들도 국가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부부들만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컸던 가운데 오는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번째 대선 투표를 앞둔 조치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파벨 크라셰닌니코프 의원 등 러시아 하원의원들이 주축이 돼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의 동거인들도 국가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하원에 제출됐다.
해당 개정안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군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거인도 특별절차를 밟아 정식 배우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채택 전 형성된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도 소급적용 받을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공동제안한 안드레이 투르차크 러시아 상원의원은 "혼인신고 없이 최소 3년이상 동거했거나 자녀를 출산해 최소 1년 동안 동거한 여성들이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한 배우자의 사망시 법원에서 혼인 사실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법원 결정 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법에서 정한 상속과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러시아 내에서도 혼인신고가 된 법적 부부관계의 경우에만 국가보상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커져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집된 병사들 대부분이 시베리아나 극동지역 등 러시아 중앙부에서 멀리 떨어진 저개발지역들이라 혼인신고 없이 동거하고 있는 사실혼 부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5선을 결정할 3월 대선을 앞두고 인기몰이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군인들의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전사한 군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이 국가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호소를 듣고 보상을 약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