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지금 월가에서는 신흥시장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뜨겁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조기에 실시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결과다. 특히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던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의 채권에 주목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금융정보 분석업체 S3 파트너스가 분석한 'VanEck J.P. Morgan EM Local Currency Bond ETF(EMLC)'에 대한 쇼트 포지션이 지난 25일 기준 0.69%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201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3월엔 EMLC에 대한 쇼트 포지션이 15%에 육박하기도 했다.
EMLC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태국 등 신흥국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ETF다. 향후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기관투자가들이 많다는 의미다.
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달러 약세에 힘입어 신흥시장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완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다. 미국 투자 관리 업체 GMO는 신흥국 채권 투자를 두고 한 메모에서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라고 표현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30~31일 열리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GMO의 자금 관리자인 빅토리아 커머스는 "미국에서 언제 완화 사이클이 시작될지에 대한 힌트는 달러 약세와 이머징마켓(급성장하고 있는 시장) 채권의 강한 성과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채권 중에서 라틴아메리카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브라질, 멕시코가 대표적이다.
브라질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서 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나라다. 2021년 3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2회 연속(총 11.75%포인트) 셀릭금리(브라질 기준금리)를 올려 한때 13.75%까지 다다랐다가 현재 11.75%까지 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금리가 높은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기준금리 11.25%에서 6회 연속 동결한 멕시코도 올해 금리 인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은행(IB) 시티그룹에 따르면 많은 분석가들은 멕시코 중앙은행이 오는 3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자산 운용사 본토벨 에셋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카를로스 데 수사는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현지 통화 채권 중 가장 매력적인 지역"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