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이기민기자
극으로 치닫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6일 만에 사실상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당장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총선을 80일 앞둔 상황에서 당·대통령실 갈등은 '득이 될 게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본격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을 찾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발생한 이후 첫 만남이다. 양측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 가능성에 따른 '사천'(私薦) 논란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날 한 위원장은 현장에 먼저 도착해 약 15분 동안 시장 어귀에서 윤 대통령을 기다렸으며, 윤 대통령은 도착 직후 당 관계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한 위원장을 알아본 윤 대통령은 악수한 뒤 어깨를 툭 치며 친근감을 표했고, 한 위원장은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웃으며 인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 오전 예정된 민생토론회에 불참한 배경을 두고 한 위원장과의 갈등설에 무게가 실렸지만 하루 만에 전격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갈등 장기화 우려를 불식시켰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난 만큼 초유의 당정 갈등 상황이 봉합 국면으로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외부 공식 일정에 없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직접 현장을 돌아봤다. 한 위원장이 현장에 먼저 도착해 윤 대통령을 맞았고, 두 사람은 함께 권혁민 충남 소방본부장으로부터 화재 발생 원인과 피해 현황을 보고 받았다.
윤 대통령은 올해 가장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해 준 우리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에도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인근 상가 1층 로비에서 상인 대표들을 만나 "명절을 앞두고 얼마나 상심이 크시냐.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며 함께 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해 필요한 것을 즉각 지원하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큰불이 난 충남 서천시장 현장을 방문한 뒤 대통령 전용 열차에 동승해 귀경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상경 열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윤·한 갈등이 봉합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님에 대해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되게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면서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해서 4월 10일에 국민의 선택을 받고, 이 나라와 우리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는 길을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거부와 관련, 한 위원장은 "그런 말씀은 다 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이라며 "그런 말씀보다는 민생 지원에 관한 얘기를 서로 잘 나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