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누군가에게는 의외의 안주가 아닐 수 있다. 어제도, 오늘도 먹는 안주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순댓국, 오뎅국, 삼겹살, 곱창, 물냉면 등 다소 보편적인 안주를 즐겨온 사람에게는, '이게 안주가 돼?'라는 놀라움(물음표-느낌표 다수)이 될 수밖에 없는 안주가 있다. 간식으로만 먹어본 먹거리, 안 어울릴 거 같아서 시도도 안 한 메뉴 등을 안주로 삼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의외의 안주에 대해 제보를 한 각각 지인에게 듣고 그 의견을 참고했다. 그러니 반박 불가! 속상한 날 말고 기분 좋은 날, 오늘 소개하는 안주와 술 한 잔 기울여 보길. 당신이 몰랐던 의외의 안주를 발견할 기회가 될지 모르니 말이다.
할머니 댁에 가면 늘 있던 양갱. 이젠 편의점에서 가끔 추억의 맛으로 떠올릴 정도인데 안주라니. 처음에 듣고 다소 당황스러웠으나, 친구의 의견을 들어보니 납득이 가기도.
양갱을 안주 삼아 소주 마시는 친구1: "물론 나도 떡볶이나 순댓국 안주 삼아 술 먹는 게 좋지. 근데 그게 여의찮을 때 있잖아. 자취하다 보니 떡볶이 양이 너무 많고, 순댓국만 배달시키자니 그렇고(배달비가 더 나오는 거 같아). 냄비에 물 올리기도 귀찮고. 찬장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고. 자취하는 분들, 아마 내 말에 수긍할 거야. 마침 뒹굴어 다니는 양갱이 날 노려보고 있더라? 그래서 냉큼 안주 삼아 줬지. 근데 양갱의 달콤함이 소주의 크-하는 맛을 잡아주는데, 아주 환상의 조합이더라고. 이제 소주 당기면 나도 모르게 양갱을 고르게 되더라고. 깔끔하고 아주 좋아."
아이스크림은 술 마시고 먹는 속풀이용 아닌가? 어떻게 아이스크림이랑 술을 같이 먹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마구 생겨났다. 하긴 빠삐코, 메로나랑 소주가 콜라보 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으니, 나만 몰랐던 맛인 거 같다.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크-하는 소주, 과연 맛은 어떨까.
아이스크림을 안주 삼아 소주 마시는 친구2: "아이스크림을 안주로 안 먹어 봤다면 당신은 술꾼 아님. 술 마시고 먹는 아이스크림보다 술과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마 몇 배 더 맛날걸? 물론,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맥주랑은 별로 안 어울리고 꼭 소주랑 먹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배스킨라빈스 레인보우 샤베트가 최애야. 평소엔 엄마는 외계인, 아몬드 봉봉을 먹는데, 안주는 레인보우 샤베트가 최고더라고.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소주와 정말 잘 어울려. 배스킨라빈스가 문 닫았을 땐 투게더로 먹기도 해. 팥빙수도 안주로 탁월하다고 들어서, 조만간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핫한 디저트로 주목받은 약과! 약과맛 도넛, 쿠키, 빵 등 변주로 다양한 먹거리로 재탄생됐는데, 안주로도 손색이 없단다. 식사 대용으로도 부족함 없는 든든함을 자랑하는 약과는 소주뿐 아니라 막걸리와도 궁합이 좋다. 숨길 수 없는 한국인의 입맛이 아닐까.
약과를 안주 삼아 소주 마시는 친구3: "약과를 간식으로도 자주 먹는 편이라 가방이며 서랍, 책상 위에도 늘 있어. 그러다 보니 안주로 발전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지. 달달한 약과가 술의 씁쓸한 끝맛과 정말 잘 맞더라고. 술이 유난히 달게 느껴지는 날에는 약과 특유의 느끼한 맛과 잘 맞고. <i>(어떻게 먹어도 맛있다는 얘기).</i> 약과를 안주 삼으면 1. 간단하고 2. 배가 든든, 마음도 든든 3. 술에 쉽게 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서 널리 널리 소문내고 있어."
햄버거와 피자가 안주가 될 수 있다? 시원한 탕이나 매콤한 메뉴만 안주 삼았기에 감히 상상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햄버거와 피자를 안주 삼아 소주 마시는 친구4: "원래 해장용으로 먹던 햄버거인데, 같이 먹으니 더 맛있다는 걸 느껴버렸어. 햄버거의 짠맛, 감자튀김의 고소하고 느끼한 맛이 소주와 엄청 잘 어울리더라. 해장용으로 먹던 거니 몸에서도 술을 더 잘 받아주는 거 같고(폭소). 맥도날드 빅맥이 최애고, 버거킹 와퍼도 잘 어울려. 치즈버거 종류도 딱이고. 치킨 버거는 말 안 해도 알지? 그냥 햄버거는 최고의 안주야. 꼭 도전해 봐. 소주 말고, 맥주랑도 굿이야. 피자도 정말 추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고구마, 감자, 파인애플 등 토핑이 많이 올라간 피자보다는 치즈 피자나, 페퍼로니 피자 정도가 딱이더라. 기름진 피자와 크-하는 소주의 궁합도 정말 잘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