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보다 실천이 관건'…시스템 공천 도입한 국민의힘

국민의힘 공관위 시스템 공천 결정
동일 지역 3선 등에 대해 감산 적용
컷오프 대상, 제3지대 이동 가능성 등 주목

국민의힘이 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 등을 돌파한 정면 승부수다. 당내에서는 ‘실천’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컷오프’(공천 배제)된 의원들이 대거 제3지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경선지침을 발표했다. 현역의원 평가를 거쳐 하위 평가(하위 10% 이하)를 받은 의원 7명(권역별로 결정)은 공천이 원천 배제된다. 하위평가 10~30%에 해당하는 의원들은 당무감사 결과와 공관위 주관 컷오프 조사, 당 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교체지수에 따라 18명(권역별로 결정)이 20%의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90명 중 25명(27%)이 경선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 아울러 동일지역에서 3선 이상 현역에 대해서는 경선 득표율이 15%로 자동 감산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전날 "동일 지역 3선 이상 현역이면서 하위 10% 초과~30% 이하라면 최대 35%까지 감산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동안 공천 때마다 상향식 공천을 표방했으나 시스템 공천 등을 도입하지 않았던 국민의힘으로서는 파격적인 실험에 들어간 것이다. 시스템 공천을 도입한 배경에는 검찰이나 대통령실 인사들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이른바 '윤심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과정은 공정하고, 이기는 공천이 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공관위가 ‘질서 있는 세대교체’ 등을 공천의 특징으로 삼을 정도로 현역 교체의 목적이 크다는 점에서 당내 반응이 주목된다 .

일단 이번 기준의 적용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들은 호평을 내놨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관위의 공천지침과 관련해 "상당히 잘 만든 것 같다"며 "다소 안심이 된다"고 평가했다. ‘민주 공천, 시스템 공천,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왔던 김 전 대표는 "국민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다만 감산을 적용받는 대상은 동일지역구 3선 이상 의원들의 경우에는 시스템 방식 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일단 공천과 관련해 ‘룰’의 문제는 마련됐더라도 ‘실행’의 문제는 남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관위의 공천지침에 대해 호평하면서도 "이게 실행되는 과정에서 정말 그렇게 실행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경선에 들어갈 때 모든 사람을 경선시키는 게 아니고 일부를 컷오프시킨 다음에 몇 명만 하는데 흔한 수법이 경쟁력 있는 사람을 컷오프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왕에 룰이 나왔으면 인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람을 이상한 핑계로 컷오프시키지 말고 경선에 참여하게 해 이기는 사람을 밀어주는 게 이기는 공천"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공천룰을 계기로 영남권 중진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재촉에도 하태경 의원을 제외하면 수도권 등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들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선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역효과로 컷오프 위기 또는 컷오프 대상 인사들의 경우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과 같은 제3지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날 이준석 전 대표에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검핵관, 용핵관은 살리고 당의 의원들은 죽이는 공천 학살이 예상대로 시작된다"며 "이들이 개혁신당으로 우르르 몰려가면 개혁신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호는 3번, 선거 국고보조금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당으로 국회의원 말고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기회가 부여된다"며 "(컷오프됐다고) 개혁신당이나 다른 당으로 튀어가 정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컷오프 역풍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