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발다키노' 복원 공사 착수한 교황청

伊 조각가 베르니니가 베드로 무덤 알리기 위해 제작
청동으로 만든 높이 29m, 무게 37t 웅장한 조각품
70만 유로(약 10억원) 들여 복원, 2025년 공개 예정

교황청이 2025년 희년에 맞춰 공개하기 위해 발다키노 복원 공사에 착수한다고 로이터와 AP통신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를 뜻한다. 정기 희년은 1300년 처음 시작돼 25년마다 돌아오는데 발다키노 복원 공사를 하는 것은 1758년 이후 260여년 만이다.

'발다키노(Baldacchino·天蓋)'는 이탈리아의 천재 조각가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가 교황 우르비노 8세의 명을 받아 1625년부터 1633년까지 총 9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한 대작이다.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로 초대 교황인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 성인의 무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제작됐다. 20대 청년 베르니니가 청춘을 바친 바로크 양식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다키노(Baldacchino·天蓋)'. [사진=성 베드로 대성당 홈페이지(basilicasanpietro.va)]

천개(天蓋)는 원래 '금란(金?·금으로 짠 가사)'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나 차츰 옥좌(玉座)나 제단·묘비 등을 장식해 덮는 덮개를 가리키는 말로 정착됐다. 대리석과 목재로 받침을 만들고, 그 위로 4개의 청동 기둥이 천판을 지지하고 있다.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르네상스 시대 발다키노가 유행하게 된다.

발다키노는 아래에서 꼭대기 황금 십자가까지 높이가 29m, 무게가 무려 37t에 달하는 웅장한 조각품이다. 그 자체로 성 베드로 대성전 건축의 일부를 이룬다. 제작 당시 청동이 부족해 베네치아에서 청동을 공수해 오고, 판테온의 청동까지 사용하면서 로마 시민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특히 완성작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좋지 않았지만, 발다키노를 주문했던 교황 우르비노 8세는 대단히 만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네 개의 나선형 기둥은 인간의 영혼이 천상에 도달하는 것을 상징하며,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고안됐다고 한다. 성령을 상징하는 비둘기, 화관을 들어 올린 4명의 천사, 우르비노 8세의 출신 가문인 바르베라니 가문의 상징인 벌, 초대 교황 베드로를 상징하는 교황관과 열쇠, 바오로를 상징하는 칼, 복음서를 든 천사들의 조각 등이 장식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2월2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성탄절을 기념해 모인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교황은 이날 성탄절 공식 메시지 '우르비 에트 오르비'(라틴어로 '로마와 온 세계에'라는 뜻)를 통해 한반도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의 분쟁 상황을 우려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사진=바티칸 AP/연합뉴스]

성 베드로 대성전의 유산 보호 책임자인 피에트로 찬데르는 발다키노에 쌓인 먼지와 얼룩을 제거해 원래의 광채를 되찾는 데 중점을 두고 복원 공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훼손되거나 훼손 위험이 있는 부분은 바티칸 박물관의 복원 전문가들이 참여해 복원과 보강 작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원 작업에 드는 70만유로(약 10억원)는 가톨릭 자선 단체인 콜럼버스 기사단이 지원하기로 했다. 교황청은 발다키노를 새로 단장한 뒤 2025년 희년을 맞아 바티칸을 방문할 수백만 명의 순례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정치부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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